가족들 “잠수요원 순직 안타깝다”… 전원 1분간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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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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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생환’ 기대
“단 1% 희망이라도 있는한…” 구조상황판 수시로 확인

무슨 일인지 모르는 아가는… 천안함이 침몰한 지 닷새째인 30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생존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져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리 없는 한 어린 아이가 해맑은 얼굴로 안겨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무슨 일인지 모르는 아가는… 천안함이 침몰한 지 닷새째인 30일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생존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이제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져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리 없는 한 어린 아이가 해맑은 얼굴로 안겨 있다. 평택=김재명 기자

“실종자 수색을 하다 순직하신 분, 고맙습니다. 모두 그분을 위해 묵념합시다.”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머무는 실종자 가족 300여 명은 30일 숙연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의 실종자 구조작업에 투입된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소속 한주호 준위(53)가 잠수병으로 순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이들은 고인을 애도하며 조의와 감사를 표했다.

이날 오후 7시경 실종자 가족 대표단을 선정하기 위해 회의를 시작하기 전 실종자 가족들은 1분여 동안 한 준위를 위해 묵념을 했다. 닷새째 실종자의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려온 가족들은 이날 비록 극적인 구조 소식을 듣지 못해 실망이 컸지만 위험한 수중 여건에도 자신의 몸을 던져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다 숨진 고인의 숭고한 ‘살신성인’ 정신을 기렸다.

실종자 김태석 중사의 처남 이용기 씨는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작업 과정에서 숨진 해군 잠수요원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이 사고로 실종자 구조탐색작업이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실종자 박석원 중사의 작은 아버지 박정규 씨는 “다들 한 준위의 순직 소식에 마음이 어수선하고 힘들어하고 있다”며 “실종된 장병 모두 내 자식, 내 조카, 내 아들들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종자 임재엽 하사의 매형 김현우 씨는 “뉴스도 보고 인터넷에서 누리꾼들이 안타까움을 전하는 덧글을 단 것도 봤다”며 “함대 내에 있는 가족 모두 조의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실종자 수색작업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어 생환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면서 실종자 가족들은 더 지쳐 가고 있다. 산소 공급이 끊긴 밀폐 공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한계시간 69시간을 이미 하루 넘겼기 때문이다. 30일 오전 만난 한 실종자 가족은 “솔직히 가족들 사이에서도 살아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만 시간이 자꾸 가 안타깝다”며 “차라리 빨리 시신이라도 수습했으면 좋겠다”고 지친 모습으로 말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이제 모두 지친 분위기”라며 “친척들 가운데는 돌아간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함미 구조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가족들은 언론보도와 제2사령부 강당 내에 설치된 구조상황 게시판을 수시로 확인함은 물론 실종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선 내 위치를 가늠해 보며 ‘혹시나’ 하는 기대를 놓지 못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단 1% 희망이라도 있다면 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가족들은 전체회의를 열고 단일 대표단을 구성했다. 백령도에 갔던 가족들 18명 전원이 헬기를 타고 제2사령부로 복귀함에 따라 실종자 가족회의를 열고 이들의 뜻을 공식적으로 전할 대표단을 뽑았다. 손수민 하사의 삼촌 손시열 씨 등 5명이 공동대표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실종자 가족은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가족들이 일부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와 오보 때문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앞으로 대표단이 해군 당국 및 언론과 공식적으로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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