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껴도 다들 생각 많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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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라앉은 서울시교육청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검찰에 출두한 19일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은 “올 것이 왔다”며 특별한 동요는 보이지 않았다. 한 직원은 “비리 연루 인사들이 대부분 전보 조치됐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라면서도 “서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속으로는 다들 생각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공 전 교육감 소환 조사가 또 다른 비리의 뇌관을 건드릴지 모른다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점심시간 사무실에 모여 귓속말을 나누던 직원들은 “수습되지 않는 비리가 매일 눈만 뜨면 불거지고 있으니…”라며 “공 전 교육감이 작정하고 입을 열면 불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튈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고령(74세)의 공 전 교육감을 동정하는 반응도 보였다. 공 전 교육감을 알고 지낸 지 20년이 됐다는 한 인사는 “일부 세력이 공 전 교육감을 희생양으로 만든 것”이라며 “자기가 승진할 때는 공 전 교육감을 이용하고 문제가 불거지자 모르는 체하는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유명 외고에서 거액의 불법 찬조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시교육청 간부들은 이날 무거운 표정으로 대책을 논의했다. 대책회의장에서 나온 한 간부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해당 학교에 긴급 감사를 나가 물증을 확보하고 제보자를 찾아 진술과 자료를 받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리 복마전’으로 투영되고 있는 시교육청이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도 보인다. 신임 이성희 교육감 권한대행(부교육감)은 최근 간부 회의에서 “학생들은 토요일에도 등교하는데 교육청이 토요일 출근을 안 해서야 되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권한대행의 지시에 따라 시교육청은 학교가 문을 여는 토요일에는 업무를 보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간부도 “시교육청 차원의 비리로 교과부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들이 시교육청이나 교과부 공무원을 모두 한통속으로 본다는 사실”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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