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무당집서 살해 추정…“죽은것 봤다” 진술밖에 없어
귀고리 등 증거 찾기 주력…“보강조사후 내일 현장검증”
이유리 양(13) 살해사건 피의자 김길태 씨(33)가 14일 이 양 살해 및 시체 유기 과정 등에 대해 입을 열면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씨가 “자다가 일어나 눈을 떠보니 이 양이 사망해 있었다”며 살해와 납치 과정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술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일단 ‘자백의 물꼬’를 튼 만큼 조만간 사건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살해 동기 및 시간별 행적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거쳐) 다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체 유기 과정
경찰은 김 씨가 이 양의 시신을 전기장판용 가방에 넣은 뒤 시신 유기장소로 옮겼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옷이 모두 벗겨진 이 양의 손과 발을 끈으로 묶었다. 김 씨는 증거를 남기기 않기 위해 이 양의 옷가지를 비닐봉지에 챙겼다.
김 씨는 이 양을 어깨에 메고 시신 유기 장소로 이동했다. 이 양의 옷가지가 담긴 검정 비닐봉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김 씨는 집 옥상에 있는 보일러 물통에 이 양의 시신을 넣고 근처에 있던 백색 석회 가루를 물과 섞어서 부었다. 이 양의 옷이 든 비닐봉지도 그 안에 함께 버렸다. 그런 다음 물통 뚜껑을 닫은 후 돌을 눌러 놓고 담을 넘어 도주했다. 도주 뒤에는 친구들과 통화를 한 뒤 숨어 지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 살해 장소는?
김 씨가 이 양을 살해한 곳은 이 양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50여 m 떨어진 폐가로 무속인이 살았다고 해서 무당집으로 불린다. 그동안 경찰은 이곳에서 담배꽁초와 소주병 등 김 씨의 흔적을 발견했다. 김 씨 역시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 1주일가량 머문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집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방이 2개인 데다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아 김 씨가 이 곳을 주요 은신처로 사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옥상을 통해 이동하고 지붕과 처마 사이의 공간에서 잠을 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김 씨의 자백 이전부터 김 씨의 범행 과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 경찰이 풀어야 할 과제
경찰이 김 씨에게서 확보한 진술은 아직까지는 이 양이 죽은 것을 봤다는 정도다. 시신 발견 장소, 그 이후 시신 처리 과정, 일부 도피 행적에 대해서만 범죄 혐의를 특정한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김 씨가 언제 왜 이 양을 납치해 성폭행, 살해했는지 등을 추가로 밝혀내야 한다.
경찰은 현재 김 씨가 24일 오후 7시 10분∼9시경 이 양을 납치해 사건현장으로 끌고 간 뒤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는 김 씨의 자백, 그리고 시신 발견 장소에서 이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흔적을 찾아야 한다. 경찰은 시신 발견 당시 한쪽밖에 없었던 이 양의 귀고리와 사라진 팬티 등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은 15일 김 씨를 상대로 보강조사를 벌인 뒤 16일 사건 현장에서 현장검증을 벌일 계획이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거짓말탐지기:
피의자가 진실을 말하면 그래프 곡선이 안정적이지만 거짓이면 진폭 격차가 커진다.
:뇌파검사:
범행 현장, 피해자 시신, 옷 등의 사신을 보여준 뒤 뇌파 움직임을 파악하는 검사. 뇌파가 급변하면 범행 장소와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