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인사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비리 사건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부정 승진으로 체포된 교장이 2008년 시교육감 선거 때 공 전 교육감 측 캠프에 격려금을 낸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공 교육감을 낙마하게 만든 부인 소유의 '차명계좌'가 비리 사건과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감 선거 당시 차명계좌에서 선거 자금으로 유입되는 과정과 차명계좌를 만들고 관리한 경위 등이 이러한 의혹에 힘을 실어준다.
●부인한테 돈 빌려 남편한테 꿔주기?
10일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시교육감 선거를 두 달 앞둔 2008년 5월 공 전 교육감은 제자 최모 씨를 불러 '선거 자금으로 2억~3억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최 씨는 부인 김모 씨에게 '자금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김 씨는 공 전 교육감 부인 육모 씨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육 씨는 현금 4000만 원을 건넨 것을 시작으로 그해 6월 9일까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은행 계좌로 7700만 원을 보냈다. 김 씨는 조카 명의로 된 통장으로 이 돈을 받았다. 그 이후에는 아예 김 씨가 4억 원이 넘게 예금된 육 씨 통장과 도장을 관리했다. 김 씨가 관리한 육 씨의 통장은 고교 동창인 조모 씨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였다.
김 씨는 차명계좌에서 받은 돈을 선거 캠프 계좌로 보냈다. 이후 김 씨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차명계좌에서 나온 돈 총 3억 원을 캠프 계좌로 입금했다. 김 씨는 돈을 보낼 때마다 공 전 교육감 선거총괄팀장으로 있던 남편 최 씨 이름을 썼다.
선거가 끝난 뒤 차명계좌에는 2008년 10월 2일 1억 원, 10월 10일 1억9591만9720원이 입금됐다. 서울선관위에서 선거 비용으로 보전 받은 돈이었다. 돈을 보낸 사람은 최 씨였다.
●교육감 되니 예금 늘어?
육 씨가 처음 차명계좌를 만든 건 2002년 12월이었다. 당시 예치금은 4000만 원 정도였다. 명의를 빌려준 조 씨는 검찰 조사에서 "육 씨가 '남편이 서울시교육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데 네 이름을 빌려서 통장 하나 만들어 썼으면 좋겠다'고 해서 승낙했다"고 진술했다가 "친구가 선교장학을 하려고 해서 도왔다"고 말을 바꿨다.
간선 교육감 선거가 있던 2004년부터 육 씨의 차명계좌 거래는 활발해졌다. 이해 7월부터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2005년 1년 동안에만 3억1000여만 원이 늘어났다. 2008년에는 잔액이 더 늘어 4억7000만 원이 됐다.
육 씨는 검찰 조사에서 "빌려준 돈을 돌려받았다. 나머지는 연금과 이자 수입을 알뜰히 모아 돈을 마련했다"고 진술했다. 평교사 출신인 육 씨는 1998년 명예퇴직한 뒤 퇴직금 1억7000여만 원을 교원공제조합에 종신형에 예탁했다. 여기서 이자로 매달 80만~140만 원, 연금 130만~190만 원을 받은 것이 육 씨 수입의 전부였다.
차명 계좌에 입금된 돈은 거의 대부분 현금이었다. 계좌이체나 수표 거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육 씨는 검찰에 "친인척들이 빌려간 돈을 갚을 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쇼핑백에 들고 왔다. 차용증이나 이자는 없었다. 남편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육 씨는 2004년 공 전 교육감이 간선으로 당선된 뒤 이전 차명계좌를 없앴고 새로운 차명계좌를 만드는 과정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 차명계좌의 명의는 항상 조 씨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