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조폭 훈련… 1등에겐 ‘명품구두’ 유혹- 이탈자에겐… 얼굴에 ‘치명적 흉터’ 보복

파주 2개파 113명 검거

2008년 7월 말 경기북부 신흥 폭력조직인 파주스포츠파 두목 김모 씨(40) 등 조직원들은 파주지역 중고교 내 이른바 ‘일진회’ 출신 청소년 40여 명을 불러 모았다. 이날은 새로운 조직원을 뽑기 위한 ‘최종 면접’이 열리는 날. 이 자리에서 체격이 건장하고 싸움실력이 좋은 5명이 선발됐다. 뽑힌 5명은 강제로 삭발한 뒤 조직이 관리하는 술집에 취직했다. 일단 조직에 가입했지만 ‘조직원’의 길은 험난했다. 수시로 선배에 대한 충성도를 따져 부족한 ‘신입’들은 얼차려와 폭력에 시달렸다.

한편으로 조직원의 기를 살리기 위한 방법도 동원됐다. 같은 해 8월 파주스포츠파는 동맹 관계인 파주주내파와 함께 설악산으로 단합대회를 갔다. 이곳에서 두 조직은 100만 원가량의 ‘페라가모’ 명품 구두를 1등 상품으로 내걸고 조직원을 대상으로 등반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 직원을 협박하는 수법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92차례에 걸쳐 3억 원을 가로채 신규 조직원에게 양복을 사주거나 합숙소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 가입을 거부하면 잔인한 보복이 가해졌다. 같은 해 9월 행동대원 김모 씨 등 3명은 조직 가입을 계속 거부한 A 군(당시 18세) 등 청소년 2명을 마구 때린 뒤 A 군의 이마에 흉기로 상처를 내 평생 지우기 힘든 흉터를 남겼다. “조직생활에 염증을 느낀다”며 탈퇴한 조직원을 납치해 감금한 뒤 집단폭행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파주시 일대 유흥가와 윤락가 등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파주스포츠파와 파주주내파는 세력 확장을 위해 2007년 말 다른 폭력조직인 의정부세븐파와 집단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고양지역 폭력조직인 일산식구파의 요청으로 일산신도시에서 대전지역 폭력조직원들과 ‘원정싸움’도 벌였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폭력조직을 결성한 뒤 청소년을 조직원으로 가입시키고 유흥주점 등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파주스포츠파와 파주주내파 조직원 및 추종세력 17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또 두 조직의 행동대원 26명과 보험사기 일당 및 추종세력 70명 등 모두 9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나머지 조직원과 의정부세븐파 및 일산식구파 조직원 등 42명을 수배했다.

고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