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중학생 교복 입은 50대 여성 택시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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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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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순씨 만학의 꿈 이뤄

3일 오전 충남 서산시 음암중에서 열린 입학식에 교복을 입은 김진순 씨가 손자뻘의 학우들과 함께 참석했다. 사진 제공 서산교육
3일 오전 충남 서산시 음암중에서 열린 입학식에 교복을 입은 김진순 씨가 손자뻘의 학우들과 함께 참석했다. 사진 제공 서산교육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했던 50대 후반의 여성 택시운전사가 중학교에 입학해 손자뻘 급우들과 만학의 꿈을 펼친다. 충남 서산교육청은 택시운전사인 김진순 씨(57)가 서산시 음암중학교에 3일 입학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현재 30대 초반인 자신의 아들과 딸이 졸업한 작은 시골 중학교(전체 7개 학급, 전교생 180명) 입학식에 교복을 입고 참석했다.

김 씨는 1966년 금산초등학교를 졸업했으나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결혼 후 다시 진학을 꿈꿨으나 여의치 않았다. 지난해 6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만학을 결심했다.

그의 만학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평탄하지 않은 인생역정 때문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미용기술을 배워 4년여간 미용사로 일하다가 20대 초반에 서산으로 시집온 그는 30세부터는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7년가량 일했다. 37세에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아 한때 실의에 빠졌지만 굳은 의지로 병마를 이겨냈다. 20여 년 동안 식당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서산 서령택시 운전사로 취업했다. 그는 이제는 시간을 낼 수 있겠다며 입학신청서를 냈다.

“하루하루 사납금을 채우기만 하면 부담이 없는 만큼 낮에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택시운전을 계속할 거예요. 쉽지 않겠지만 젖 먹던 힘까지 다 내 봐야죠.” 음암중 전석진 교장은 “선생님들이 이제 10대 중반인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귀감이 될 김 씨의 담임을 서로 맡으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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