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도 궁금해 한 ‘박정희 막걸리’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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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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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사용 금지했던 시절
최고급 쌀 쓴 ‘프리미엄급’
盧, 공식 만찬주 직접 골라
MB ‘막걸리 전도사’ 자처

박정희 전 대통령(오른쪽)이 논두렁에 앉아 시골 촌로에게 막걸리를 따라주고 있다. 최근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전현직대통령들과 막걸리에 얽힌 일화도 관심을끌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오른쪽)이 논두렁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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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최근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전현직
대통령들과 막걸리에 얽힌 일화도 관심을
끌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 마셨던 '배다리막걸리',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랑한 '오곡막걸리', 이명박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주로 사용했던 '자색 고구마막걸리'…. 막걸리는 대통령들과 얽힌 일화도 많다.

박 전 대통령은 1966년부터 배다리막걸리 마니아가 됐다. 당시 배다리막걸리 사장이었던 박관원 씨(78)는 "박 대통령은 늘 배다리막걸리 맛이 최고라며 수시로 가져다 마셨다"고 말했다. 그는 44년 만에 털어놓는 비화라면서 "그런데 당시 대통령이 마셨던 배다리막걸리는 요즘 말로 '최강 프리미엄급'이었기 때문에 맛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당시에는 쌀로 술을 빚는 일이 불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었는데 박 대통령이 마시는 술만큼은 별도의 밀실에서 최고급 쌀로 만들었다는 것. 그는 "청와대 검식관은 한 번 맛을 보고 이 사실을 알았지만 우리를 처벌하지는 않았다"며 웃었다. 13년 동안 청와대에 막걸리를 공급하면서 똑같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오직 한 사람이 대통령의 막걸리를 전담해 제조했다는 말도 했다.

박 씨는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배다리막걸리를 마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00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면담을 앞둔 시점에 김 국방위원장이 박 대통령이 마시던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고 요청해 현대 측에서 직접 양조장에 와서 술을 받아갔다는 것.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5월 충북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 마을을 방문했을 때 앉은 자리에서 대강양조장이 만든 오곡막걸리를 6잔 연거푸 들이킨 일화로 유명하다. 권양숙 여사도 같은 자리에서 4잔을 마셨다. 오곡막걸리는 청와대 만찬주로도 선정됐는데 노 대통령이 직접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구 대강양조장 사장은 "청와대 납품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1년이 넘도록 비밀로 했다"며 "자칫 잘못했다가는 대통령에게 누를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사랑'에 힘입어 대강양조장은 현재 연평균 3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수출을 생각하는 막걸리 업체들 사이에서 '은인'으로 불린다. 노 대통령이 국내에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면, 이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막걸리의 도약을 이끌고 있기 때문. 이 대통령은 2009년 10월 9일 한일 정상회담 때 '배혜정 누룩도가'가 만든 '자색고구마 막걸리'를 건배주로 사용했다. 또 지난달 28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한국의 날' 만찬 건배주로 '국순당'의 '미몽'을 사용했다.

이 대통령은 행사 때마다 다른 막걸리를 사용한다. 10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2010 재외공관장회의' 때는 2010년 경인년을 맞아 특별 한정 판매하는 배혜정 누룩도가의 '호랑이 막걸리'를 이용했다. 이날 모임에는 700mL짜리 130병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용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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