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형사단독 판사를 경력 10년 이상의 법관에게 맡기기로 한 데 이어,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승진 제도를 비롯해 법관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수술에 나섰다. 대법원은 ‘법관의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기존 인사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앞으로는 모든 판사들을 초임 때부터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을 분리해 배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의 핵심관계자는 24일 “2월 사법정책자문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 고법 부장판사 제도 개선안 가운데 고법과 지법 판사를 임관 때부터 분리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며 “당장 시행되긴 어렵지만 법원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서는 법원 간부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예를 들어 초임 때 지방법원 판사를 지원한 경우 일정 기준의 경력을 쌓으면 지법 단독판사 또는 부장판사로 승진하고, 자신의 희망에 따라 부장판사를 하다가도 단독판사를 다시 맡을 수도 있다. 기존의 서열과 관계없이 지법 내에서 순환 인사를 가능케 하겠다는 얘기다.
고법 판사를 처음부터 분리 선발하면 고법 부장판사를 목표로 승진 경쟁을 벌이는 법원 내의 분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초임 판사를 2심 재판을 맡는 고법 재판부에 배치해야 하는데, 경력이 너무 일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래서 고법에도 단독판사를 두거나 대법원처럼 재판연구관을 두는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현재 초임 판사는 지법 배석판사를 시작으로 단독 판사와 고법 배석판사 등을 거쳐 주로 15년 차쯤에 지법 부장판사로 자리를 옮긴다. 이후 22, 23년 차에 인사평정에 따라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게 되는데 동기 판사 중 30∼40%만이 이 자리에 오른다.
대법원은 이러한 인사제도와 사무분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경영 컨설팅 회사인 ㈜머서코리아에 조직진단을 맡겼다. 머서코리아는 한 달가량 법관 1171명과 법원 공무원 3620명을 대상으로 직무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20일 법원 직원들에게만 공개했다. 조사 결과 법원 직원 대부분은 “업무는 과중한데 인력 수급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법관 인력 충원이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판사들의 15.7%만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법관에 자긍심을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86.7%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법관 정년까지 일하겠는가’란 질문에는 67.5%가 그렇다고 말했다.
한편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로스쿨 업무지원협약식’에 앞서 사법연수원장과 서울지역 법원장 등 8명과 좌담회를 열고 대법원이 연구검토해 온 사법부 개혁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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