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관 판사 “정책비판은 자유… 명예훼손 고의성 없어 무죄”
檢 “공소장 무시 판사 임의로 사실관계 정리” 조목조목 반박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방영한 2008년 4월 29일 MBC PD수첩의 보도가 허위인지를 두고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이 정반대의 판단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의 무죄 판결에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힌 데다, 서울고법이 지난해 6월 판결했던 정정보도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어서 PD수첩 사건에 대한 최종적인 법적 판단은 결국 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두 재판부 엇갈린 판결
PD수첩 보도 내용 중 두 법원의 판단이 정면으로 엇갈리는 부분은 네 가지다. △주저앉는 소는 광우병에 걸렸을 개연성이 크다 △아레사 빈슨 씨의 사망 원인이 인간광우병으로 의심된다 △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94%이다 △정부가 미국의 도축시스템을 잘 알지 못했다는 내용 등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MBC를 상대로 “PD수첩 보도 내용을 정정 또는 반론 보도하라”고 요구한 민사소송에서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여상훈)는 지난해 6월 “보도의 상당부분이 허위이므로 정정·반론 보도하라”고 판결했다. 소가 주저앉는 이유는 광우병 외에 매우 다양하며,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 또한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는 이유에서다. 또 “인간광우병 발병에는 다양한 유전자가 관여하며 정부가 현지조사는 물론이고 전문가 회의를 통해 미국 도축시스템의 실태와 위험성을 분석한 바 있다”며 PD수첩 보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바 있다.
반면 허위 보도로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 5명에 대한 형사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문성관 판사는 20일 “PD수첩 보도 내용 중 일부 과장이 있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사실에 부합하는 만큼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문 판사는 “미국의 광우병 소는 주저앉는 것 외에 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방송 당시에는 아레사 빈슨 씨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며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도 다소 과장됐지만 허위 사실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언론 보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며 “명예훼손의 고의성이 없어 무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한 내용에 타당성이 있는지를 따져서 유무죄를 가려야 하는데도 재판부가 보도 내용을 자의로 해석해 허위 사실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또 PD수첩 제작진이 정부 관계자를 ‘친일 매국노’라 지칭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 내달 손해배상 소송에도 관심
민사와 형사 재판은 각기 다른 판단 기준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인신구속과 형벌을 결정하는 형사 재판의 경우 민사 재판보다 피고인의 고의성을 더욱 엄격히 판단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논란이 일자 20일 오후 두 판결이 정정보도 재판과 형사 재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정정 보도 청구 사건은 보도 내용 전체보다는 세세한 부분이 사실과 얼마나 일치하느냐를 따지는데, 명예훼손 형사 사건은 전체적인 보도 내용을 허위로 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두 판결은 재판 성격의 차이라기보다는 두 재판부의 현격한 시각차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음 달 9일에는 육류수입업체 에이미트가 PD수첩 제작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어 민사소송에서는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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