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안의 항암제’는 투병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 폐암 극복 원용만씨 사연
“5년간 3차례 대수술
완치 확신 꺾인적 없어”

췌장암과 폐암의 생존율은 매우 낮다. 3년 생존율이 각각 8.2%와 15.7%에 불과하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생존 가능성을 장담하지 못할 때도 솔직히 꽤 있다”고 털어놓는다. 두 암은 5년이 지나 재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난치성 암이다.

그러나 투병의지가 강하면 이길 수 있다. 10년 넘게 폐암과 싸워 마침내 암을 극복한 원용만 씨(60·경기 양주시)의 경우가 그렇다. 원 씨는 1996년 10월 비소세포성폐암 진단을 받았다. 폐암 중에서도 가장 치료가 어렵다는 암이다. 곧바로 수술에 들어가 암 덩어리가 있는 오른쪽 폐의 아랫부분을 잘라냈다. 하지만 암세포는 여전히 폐에 남아 있었다. 1998년 2월과 2001년 4월 폐의 일부분을 더 잘라냈다.

5년간 3차례의 수술을 받으며 몸과 마음은 극도로 피폐해졌다. 그러나 암과의 싸움은 겨우 시작이었다. 3차 수술 후 3개월간 몸을 추스른 뒤 곧바로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이후 3개월간 네 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독한 항암제 때문에 제대로 음식을 먹는 게 불가능했다.

암 투병을 시작한 지 8년이 지났을 때도 암세포는 원 씨의 폐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2004년 11월부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했다. 30차례에 걸친 방사선치료의 부작용으로 식도가 다 헐어버렸다. 물도 삼키기 힘든 고통이 찾아왔다. 죽음도 이보다는 고통이 덜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 씨는 버텼다. 평소 믿고 있는 종교의 도움이 컸다. 원 씨는 기도를 하면서 평정심을 되찾았다. 고통은 컸지만 삶의 의지를 꺾은 적은 없었다. 의사의 지시를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은 원 씨는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를 악물었다. 세 차례의 수술과 아홉 차례의 항암치료, 서른 번의 방사선치료에 이어 또다시 새로운 항암치료가 이어졌다.

폐암 진단을 받은 지 만 12년이 흐른 2008년 11월, 원 씨의 폐에서는 암세포가 더 발견되지 않았다. 비로소 완치 판정이 떨어졌다. 요즘 원 씨는 6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할 뿐이다. “단 한 번도 내가 암으로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폐암을 이길 거라고 확신했고, 예상대로 이뤄진 거죠. 투병의지만 있으면 그 어떤 난치 암도 이길 수 있습니다.” 원 씨가 밝힌 승인(勝因)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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