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측 대표 진술하세요.” 15일 오후 2시 경기 수원지법 311-1호 법정. 민사합의 6부 강승준 부장판사의 말이 끝나자 김문수 경기지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 지사는 경기도가 KT&G를 상대로 제기한 ‘담뱃불 화재’ 소송의 첫 변론에 원고 측 대표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에 앞서 경기도는 담뱃불로 인한 화재 때문에 막대한 소방재정 손실이 발생했다며 지난해 1월 KT&G를 상대로 1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김 지사는 “KT&G가 2004년부터 화재안전담배를 미국에 수출했지만 국내에는 연소성을 높인 일반 담배만 유통시켰다”며 “담뱃불 화재로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소송을 내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어 “KT&G는 화재안전담배의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선진국 등지에서 충분히 입증됐다”며 “하루빨리 화재안전담배를 유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KT&G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세종 소속 박교선 변호사는 “화재 진압은 지방자치단체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하는 책무로 비용을 KT&G에 전가할 수 없다”며 “민사소송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또 “화재안전담배 제조기술은 미국재료시험협회가 제정한 연소성 측정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기술에 불과하다”며 “그 자체로 담뱃불 화재를 완전히 줄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은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뒤 끝났다. 다음 재판은 3월 19일 오후 3시에 열린다.
한편 서울지역 화재 중에서도 담뱃불 화재가 가장 많이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서울지역에서 6318건의 화재가 발생해 사망 37명, 부상 220명 등 257명의 인명피해와 155억70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화재 원인으로는 ‘부주의’가 47.0%로 절반에 육박했다. 특히 부주의로 인한 화재 중에는 담뱃불이 44.0%로 가장 많았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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