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재개발 조합에 가입해 조금이라도 싼값에 아파트를 장만하려고 했다. 조합설립 동의서를 작성할 때 받은 정보는 철거비와 신축비, 기타 사업비 등 3개 항목뿐이었다. 조합에서 제시한 분담금이 생각보다 낮은 수준이라 계약을 했지만 공사가 시작되기 전 원가 상승과 추가 비용 발생 등을 이유로 원래 부담금과 비슷한 수준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받아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재개발 또는 재건축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흔하게 빚어지던 A 씨 사례는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재개발 사업에 쓰이는 모든 비용과 예상 분담액까지 모두 공개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도시 정비 사업의 진행 상황을 해당 주민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클린업 시스템 홈페이지(cleanup.seoul.go.kr)’를 구축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시스템에는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돼 있는 용역업체 선정 계약서, 의사록, 회계감사 보고서 등 7개 항목의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제공한다. 조합의 월별 자금 사용 명세와 업체 선정에 관한 사항,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명세도 게시된다. 특히 사업비 및 분담금 추정 명세는 서울시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통해 재건축 사업과 관련된 53가지 항목의 실제 비용을 바탕으로 실제 가격에 근접한 분담금을 추정하도록 설계됐다. 지금까지는 조합설립 동의 단계에서 주민들은 철거비, 신축비, 기타 사업비용 등 3개 항목만 확인할 수 있어 개인별 분담금이 얼마가 될지 예측하는 것이 어려웠다.
3월부터 이 금액이 클린업 시스템에 공개되면 조합 측이 일방적으로 실제 금액보다 높은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는 관행이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이주대책비 규모와 임대아파트 제공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관리처분 단계에 가면 개인별 임대아파트 입주 정보와 보상금액도 볼 수 있다.
서울시는 현재 이 방안이 의무화되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조합이 반드시 이 시스템의 모든 항목을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에는 서울 시내에서 각종 정비사업을 벌이는 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 기존 조합 614개 중 534개가 참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시스템은 정비사업 공공관리제도의 핵심 기반”이라며 “사업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에 따라 세입자 보상 문제도 투명하게 관리되고 개인 분담금도 예측할 수 있게 돼 조합과 조합원의 갈등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