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률 50%-입점률 12% 저조
손님 적어 정식개장 내년 연기
“드라마 통한 홍보도 좋지만…”
상인들 서울시에 대책 요구
영화나 드라마 촬영 현장으로 이용되며 널리 알려진 가든파이브(동남권유통단지)가 낮은 입점률 때문에 정식 개장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가든파이브. 사진 제공 SH공사
헬기가 한 건물 옥상에 착륙한다. 옆으로는 깔끔히 단장된 정원이 보인다. 문이 열리자 한 남성이 내린다.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이 순간을 클로즈업한다. 헬기 문 옆에 새겨진 ‘Garden5’란 글자가 선명히 드러난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백야행’의 한 장면이다. 이 장면으로 가든파이브(동남권유통단지)는 자신의 존재를 널리 알렸다. 서울시가 가든파이브를 홍보하려고 촬영 장소로 협찬했던 것. 드라마 ‘아이리스’ 제작진도 극중 국가비밀조직 ‘NSS’ 세트장을 이곳에 설치했다. 드라마가 인기리에 끝나자 서울시는 속편 ‘아이리스2’에도 가든파이브를 노출시킬 계획이다.
○ 언제쯤 활성화?
총사업비 1조3000억 원. 코엑스몰의 6배에 이르는 연면적 82만300m²(약 24만8000평). 가든파이브는 서울시가 청계천 상인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새로운 유통중심지를 만들겠다며 송파구 문정동에 건설한 야심작이다. TV 광고, 영화 및 드라마 협찬 등 공공사업으로는 획기적인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정식으로 개장만 하면 규모에 걸맞은 최고의 유통단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달 15일 만난 가든파이브 ‘라이프관’ 상인회장 강성일 씨(48)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종로구 숭인동 청계천 인근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다 올해 6월 가든파이브로 옮겼다. 올해 정식으로 개장하겠다고 서울시가 약속했기 때문. 그러나 낮은 분양률로 개장은 내년으로 미뤄졌고, 손님은 오지 않았다. 6개월 동안 강 씨는 도매 장사로만 생계를 꾸려 왔다. 강 씨와 함께 입주한 상인 30여 명은 매달 2000만∼3000만 원에 이르는 매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태다. 그는 “분양가가 비쌌지만 서울시가 하는 사업이라 믿었다”며 “드라마나 영화를 통한 홍보도 좋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에겐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식 개장을 못하는 것은 낮은 분양률과 입점률 탓이다. 지난해 12월 완공됐지만 이달 10일 현재 분양률은 50.7%. 전체 8360곳 가운데 4235곳만 분양됐다. 입점률은 더 낮다. 아파트형 공장인 ‘웍스관’ 등을 합쳐도 1013곳에 불과하다. 계약자 중 입점률은 23.4%이지만 전체 점포 수 대비 입점률은 12.1% 수준이다. 특히 청계천 상인 입주가 저조해 2376곳을 분양했지만 296곳만 입점한 상태다.
○ 서울시, “입점 상인 인센티브 제공”
이날 둘러본 가든파이브는 영화관 외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관리비를 아끼려 불을 끈 곳도 많았다. “이러다가 ‘영화세트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고 운을 떼자 강 씨는 손사래를 쳤다. “일단 분양률만큼이라도 입점률이 올라가면 활성화되리라 봅니다.” 초기 시설비와 관리비 부담이 커 분양받은 상인들도 선뜻 나서지 않은 채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진단이다. 강 씨는 “서울시가 개장 약속을 미룬 만큼 부담 없이 입점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내놓고, 우리도 종합쇼핑몰이란 이름에 걸맞은 마케팅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 2월까지 입점하는 상인에게 초기 시설비용 500만∼2000만 원과 관리비를 점포 면적에 따라 무상으로 지원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청계천 상인들에 대한 특별 분양도 한 번 더 실시하기로 했다. 강 씨는 “벌써 아이리스를 보고 찾아오시는 분이 많은데 실망하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시도 인센티브를 내놓았으니 우리도 적극 설득에 나서 입점률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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