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터디]언어영역/함정 피하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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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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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자 의도를 놓치면 꺋매력적인 오답꺍이 유혹한다

《수험생들은 정답이 있는데도 왜 오답에 현혹될까.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리 ‘나’형 만점자는 3875명, 외국어영역 만점자는 4642명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왜 언어영역 만점자는 1558명일까? 적어도 수리, 외국어영역 만점자 중 수천 명이 언어영역에서 만점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수험생들이 언어영역에서 출제된 고난도 또는 함정형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

수험생들은 대부분 지문과 답지가 수준보다 어렵거나 혹은 문두의 진술이 어려울 때 정답을 맞히지 못한다. 또 비문학에서 추론적인 문항이나 비판적인 문항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다.

출제자가 변별력을 높이려고 출제한, 소위 ‘매력적인 오답’에 속아서 문제를 틀리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이런 문항을 ‘고난도 문항’이라고 한다.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많은 학생이 정답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그중 상당수가 함정에 빠진 사실을 모른 채 문제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언어영역 시험에서는 수험생의 사고력을 다양한 각도에서 타당하고 신뢰성 있게 측정하고자 지문, 문두, 답지가 다채롭고 꼼꼼하게 출제된다. 정답지는 답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정답 시비가 일지 않도록 한다. 오답지도 정답과 지나치게 이질적이지 않으며 문두의 내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도록 한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추면서 매력적인 오답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우리말은 한 글자의 조사나 어미에 따라 의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제자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는 문장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출제자의 의도와 어긋나게 해석하는 수험생들이 함정에 빠질 확률이 높다. 마음은 급하고 문제가 쉽게 파악되지 않을 때 수험생들은 출제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하기 십상이다.

수험생들이 함정에 빠지는 경우를 종합하면 20여 가지가 넘는다. 예를 들면 듣기에서 ‘사회자에 대한 비판으로 적절한 것은?’이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하자. 토론 사회자의 역할과 임무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수험생들은 함정에 빠져 문제를 틀린다. 사회자의 발언 내용과 진행 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틀리는 수험생도 있다. 또 ‘강연에서 언급한 비유가 함축하는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것은?’이라는 문제에서는 비유적 표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강연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아 틀리기도 한다.

여러분은 함정 문제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있는가. 2010학년도 대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9월 모의평가 문항을 살펴보자.

〈예문〉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평가 27∼30번 지문

[앞부분의 줄거리]
양창곡의 연인이었던 강남홍은 그와 이별 후 백운 도사에게 무예를 배워 오랑캐의 장수가 되어 남장을 하고 명나라 원수 양창곡과 전장에서 맞서게 된다.
강남홍이 옥 같은 손을 들어 화살을 쏘니 시위소리와 동시에 동초와 마달 두 사람의 갑옷이 쨍그랑하고 깨졌다. 두 장수가 더 싸울 뜻이 없어 말을 돌려 진영으로 돌아왔다.

「[A] 뇌천풍이 투구를 주워 다시 쓰고 벽력부를 휘두르며 크게 꾸짖었다. “조그만 오랑캐 장수야! 작은 재주만 믿고 무례히 굴지 말라.” 그러고는 다시 강남홍에게 달려들더니 홀연 몸을 솟구치며 말에서 떨어졌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구나. 다음 회를 보시라.

14회 옥피리는 자웅(雌雄)의 음률을 주고받으며, 거문고의 아름다운 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한다.

각설. 뇌천풍이 분기탱천하여 도끼를 휘두르며 강남홍에게 덤벼들었지만 그녀는 태연히 웃으며 부용검을 들고 서서 꼼짝도 않았다. 뇌천풍은 더욱 화가 나서 크게 소리 지르며 힘을
다해 강남홍을 공격했다. 순간 강남홍이 쌍검을 휘두르며 허공에 몸을 솟구쳤다. 뇌천풍이 허공을 쳐다보며 급히 도끼를 거두어들이려는데 갑자기 쨍그랑하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날아온 칼이 공중에서 떨어지며 투구를 쳐서 깨뜨린 것이었다. 뇌천풍이 황망하여 몸을 뒤틀며 말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강남홍은 다시 돌아보지 않고 칼을 거뒀다. 원래 강남홍의 검법은 깊고 얕음이 있어서 다만 투구만 깨뜨릴 뿐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뇌천풍은 이미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자기 머리가 없음을 의심하니 다시는 싸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급히 말을 돌려 자신의 진영으로 달아났다. (중략)

강남홍은 백운 도사가 준 옥피리를 가지고 손삼랑과 연화봉으로 올라갔다. 멀리 명나라 진영을 바라보니 조용히 등불만 깜빡이는데, 삼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울렸다. 강남홍이 옥피리를 꺼내 한 곡을 희롱했다.

이때 서풍은 쓸쓸히 불고 별과 달은 하얗게 빛나는데 원숭이의 슬픈 울음소리는 타향에서 떠도는 나그네의 시름을 돕는다. 찬 이슬은 옷깃에 가득 내리고 밝은 달은 진영을 환히 비춘다. 어떤 이는 창을 베고 누워 잠이 들고 또 다른 이는 칼을 치며 근심스럽고 슬프게 앉아 있던 때였다. 갑자기 바람결에 옥피리 소리가 아련히 반공에 퍼졌다. 처량한 곡조는 쇠와 돌도 녹이고, 흐느끼는 소리는 산천의 빛도 바꾸게 할 듯했다. 이때 명나라 십만 대군이 일시에 잠을 깨어 늙은이는 처자를 그리워하고 젊은이는 부모를 생각하여 혹 눈물을 뿌리며 탄식하고 고향을 노래하며 일어나 서성거렸다. 군중이 자연히 소란해지면서 부대의 대오가 어지러워졌다. 소유경이 깜짝 놀라 동초와 마달을 불러 군중을 단속하도록 했다. 그러나 두 장수 역시 기색이 처량하고 행동거지가 수상했다. 소유경이 급히 양창곡에게 알렸다.

마침 양창곡은 병서를 베고 잠을 자려던 참이었다. 정신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하늘에 올라 남천문에 들어가려 하니 한 보살이 백옥 여의를 들고 길을 막았다. 양창곡이 노하여 칼을 뽑아 여의를 치니 쨍그랑하고 땅에 떨어져 한 송이 꽃이 되어 붉은 빛과 기이한 향기가 천지에 진동했다. 양창곡이 놀라 깨어 보니 꿈이었다. 심중에 이상하게 생각하던 차에 소유경이 황망히 군막 안으로 들어와 군중의 동정을 보고하였다. 양창곡이 놀라 군막 밖으로 나가 시간을 물어보니 벌써 4, 5경이나 되었다. 삼군이 왔다 갔다 하면서 진영이 들끓고 서풍은 손에 든 깃발을 불어 흔든다. 바람결에 들리는 옥피리 소리는 애원하는 듯 처절하여 영웅의 마음으로도 비감해지는 것을 어쩌지 못할 정도였다.

양창곡이 귀 기울여 들어 보니 어찌 그 곡조를 모르리오. 여러 장수를 돌아보며 말했다.

“옛날 장자방이 계명산에 올라 퉁소를 불어 초나라 병사를 흩어 놓았다더니 누가 이 곡조를 부는지 모르겠구나. 내 어렸을 적 옥피리 부는 것을 배워 곡조를 기억한다. 이제 한 번 시험하여 군사들의 처량한 마음을 진정케 하겠다.”

그는 상자에서 옥피리를 꺼내 한 곡을 불었다.

남영로, 「옥루몽」』

29.<보기>에서 [A]에 활용된 것만을 있는 대로 고른 것은?

『고전소설에서 구현된 다양한 관습적 장치는 고전소설의 중요한 형식적 특징이자 독서법에 대한 일종의 약속이기도 하다. 『옥루몽』에 사용된 관습적 장치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ㄱ. 각 회의 첫머리에 놓여서 이후에 전개될 서사를 암시하는 제목

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이후 전개될 내용 을 선전하는 문구

ㄷ. 인물의 행위나 상황에 대한 서술자의 심정적 동 조가 들어간 논평

ㄹ. 전 회에서 서술된 사건을 부연·반복하여 앞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대목

ㅁ. 작품 혹은 각 회의 첫 장면이 시작되거나 배경이 바뀌어 새로운 사건이 시작될 때, 이를 알리는 상투어』

① ㄱ, ㄴ, ㅁ

② ㄱ, ㄷ, ㄹ

③ ㄱ, ㄴ, ㄹ, ㅁ

④ ㄴ, ㄷ, ㄹ, ㅁ

⑤ ㄱ, ㄴ, ㄷ, ㄹ, ㅁ

이 문항은 고전소설에 활용되는 다양한 관습적 장치 중에서 「옥루몽」에 실제로 구현된 장치를 수험생이 찾을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출제됐다.

많은 수험생이 ①, ⑤번을 골라 틀렸다. 이는 <보기> 가운데 ‘ㄷ’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장 내용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 함정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오답을 고른 수험생은 <보기>의 ‘ㄷ. 인물의 행위나 상황에 대한 서술자의 심정적 동조가 들어간 논평’을 [A]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뇌천풍이 말에서 갑자기 떨어진 뒤 이어지는 표현인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구나”에서 서술자의 심정적 동조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구나”에서는 말에서 떨어진 뇌천풍의 상황에 대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등의 심정적 동조를 읽을 수 없다. 오히려 이 표현은 뇌천풍이 말에서 떨어진 이유에 대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14회의 첫 단락에서 뇌천풍이 말에서 떨어지는 과정을 곧바로 서술하는 점으로 보아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구나”는 뇌천풍에 대한 심정적 동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서술은 “다음 회를 보시라”와 짝을 이루어 작중 인물이 아니라 독자와의 관계 속에서 기능하는 관습적 표현이다. 이는 회를 바꾸기에 앞서 급박하게 이어지는 사건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 이어질 내용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기 위한 서술적 장치였다. 정답은 ③번.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zstud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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