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서구 온실가스 심각한데 화력발전소 또 들어선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인천시 반대의사 표명에도 정부, 보령발전소 이전 결정
주민-입주 기업 거센 반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청라지구 인근에 위치한 ㈜한국중부발전 인천화력본부 전경. 최근 정부가 450MW 규모의 충남 보령시 화력발전소 1기를 이곳으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주민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청라지구 인근에 위치한 ㈜한국중부발전 인천화력본부 전경. 최근 정부가 450MW 규모의 충남 보령시 화력발전소 1기를 이곳으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주민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인천 서구 가좌동에 사는 주부 이민주 씨(43)는 요즘 서구지역에 화력발전소가 추가로 들어선다는 소식에 걱정이 많아졌다. 아토피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증세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이 씨는 “인천 서구에 가뜩이나 대형 화력발전소가 많은데 화력발전소가 또 들어서면 공기가 더 나빠지는 것 아니냐”며 “모든 주민이 기피하는 시설이 계속 들어서는데 인천시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인천지역에 질소산화물 등 각종 유해오염물질을 내뿜는 화력발전소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인천시는 정부가 충남 보령시에 설치돼 있는 450MW 규모의 화력발전소 1기를 서구 경서동 한국중부발전 인천화력발전본부로 옮기기로 결정해 화력발전소 가동에 따른 환경대책 등에 대해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9일 밝혔다. 화력발전소가 추가로 들어서는 것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이 반발하는 걸 감안해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의 수도권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보령화력발전소 인천 이전은 1970년과 1974년 인천에 설치된 각 250MW, 총 500MW 규모의 2기 화력발전소가 노후해 최근 가동을 멈추면서 추가로 설치되는 것. 시와 정부는 그동안 2기의 화력발전소가 폐지되면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인천지역에 700MW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대체 설립하기로 하고 대책을 논의해 왔다.

하지만 서구지역 주민들은 인천지역에서 가장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서구에 또다시 화력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반발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구는 인천지역 10개 구군의 온실가스 배출총량 3074만1554t의 24%가 넘는 760만8989t을 배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적은 옹진군(18만824t)에 비해 42배나 많은 양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것은 서구에 한국중부발전 인천화력본부, 포스코파워 등 각종 발전소가 몰려 있는 데다 원창동, 가좌동 등에 크고 작은 공장들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홍순목 인천 서구의회 의원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에 로봇랜드와 국제금융허브도시를 조성한다고 하면서 바로 인접한 곳에 화력발전소를 이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화력발전소 이전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해도 청라지구의 이미지 훼손은 불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현재 인천지역의 발전소는 총 7곳으로 총시설용량 1만595MW에 발전기만 60개에 이른다. 인천에서 생산하는 전력의 65%가 수도권에 공급되는 데다 정부의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인천의 발전시설은 전국의 24%, 수도권의 78%를 차지하게 된다.

인천의 A기업 환경 담당 관계자는 “보령의 발전설비가 인천으로 옮겨올 경우 대기오염물질 총량제 관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화력발전소인 영흥도 화력발전만으로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보령화전이 인천으로 이전해오면 생산활동이 더욱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한편 인천시는 화력발전소 인천 설립을 놓고 이에 상응하는 대책을 정부에 적극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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