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500억 부당사용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감사원, 21억 횡령혐의 임직원 21명 검찰수사 요청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은 2006∼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문예진흥기금 보조금 19억2000만 원을 받아 34개 사업을 진행했다. 회계 담당 김모 전 팀장은 이 중 일부 사업과 관련해 전북도로부터도 돈을 받았다. 그는 이중으로 보조금을 받기 위해 전북도에 지출증빙자료로 제시했던 세금계산서와 계좌이체증을 다시 문화예술위에 증빙자료로 제출했다. 인건비 등 소득세 원천징수 영수증도 가짜로 꾸몄다. 김 전 팀장은 이런 수법으로 4억9290만 원을 횡령해 개인용도 등으로 사용했다.

최근 3년간 정부가 시민·사회·문화예술 분야 민간단체에 지급한 국고보조금 가운데 500억 원가량이 애초 사용 목적과 다른 곳에 쓰이는 등 부당하게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단체 임직원은 증빙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보조금을 착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 환경부로부터 연간 800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은 543개 민간단체를 감사한 결과 140여 개 단체가 국고보조금 4637억 원 중 500억 원(10.8%)가량을 부당하게 집행한 사실을 찾아냈다고 2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 단체 중 증빙서류를 가짜로 꾸미는 방법 등으로 21억2469만 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는 16개 민간단체 소속 임직원 21명에 대해 이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16개 민간단체는 △예술가협회 3개 △시민운동단체 2개 △영리법인 5개 △공연단체 2개 △기타 문화예술단체 4개 등이다. 이번 감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올해 4월 감사원에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실태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포토샵으로 계좌이체증 234매 위조
인건비 조작 2332만원 빼돌리기도


이들 단체는 대부분 교묘하게 지출증빙자료를 위조 또는 조작하는 방법으로 보조금을 빼돌렸다. A 단체의 간부 김모 씨 등 3명은 문화부에서 보조금 11억2000만 원을 받아 11개 사업을 수행한 뒤 보조금 2억8241만 원을 자신들의 예금계좌로 빼돌렸다. 이들은 은행 계좌이체증을 컴퓨터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으로 234장이나 위조해 문화부에 보조금 지출증빙서류로 제출했다. B 단체의 간부 최모 씨는 거래처 관계자 21명의 인터넷뱅킹 공인인증서를 빌려 거래처에 2억866만 원을 일시적으로 보냈다가 다시 자신의 은행계좌로 빼돌린 뒤 인터넷뱅킹 송금 자료만 지출증빙서류로 제출했다.

C 단체의 대표 강모 씨는 문화부와 제주도에서 보조금 3억7400만 원을 받아 항공사나 여행사 예금계좌에 항공료나 전세버스 대여료 명목으로 입금했다가 전액 또는 일부를 돌려받는 방법으로 7479만 원을 빼돌렸다. D 단체의 간부 김모 씨는 2007년 문화부에서 1억11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아 인건비를 조작해 2332만 원을 빼돌렸다. 그는 지난해에는 개인연구소를 세워 D 단체의 부설 연구소로 사업자등록을 한 뒤 문화부에서 연구소 명의로 보조금 4억5700만 원을 받아 이 중 5280만 원을 착복했다.

감사원은 “국고보조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단체 중에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시민단체도 일부 포함돼 있다”며 “해당 부처에 보조금 환수, 관련 공무원 문책,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행정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위사실이 드러난 단체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대부분 조직 차원의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개인적인 비위 행위이고 소규모 단체의 경우 실명이 공개되면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데다 현재로서는 검찰 수사를 요청한 단계여서 확정된 범죄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