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없는 ‘오픈 캠퍼스’… 대학-도시 하나로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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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大‘시흥국제캠퍼스’ 추진

주거형 강의동서 외국어로 수업
하버드大등 교양커리큘럼 공유
의료센터 세워 지역경제 활성화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2006년 7월 취임 직후인 그해 10월 처음으로 △글로벌 인재와 국제전문가 양성 △인원 증가로 인해 33만여 m²(9만5560여 평) 규모의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국제캠퍼스 설립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후 파주, 인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치 의사를 밝혔지만 무산됐고, 최근 시흥 국제캠퍼스가 확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종시 원안 변경과 서울대 일부 시설 이전 등이 거론되는 분위기가 서울대의 국제캠퍼스 추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서울대와 시흥시는 6월 실무형 공동추진단 발족을 시작으로 넉 달간 ‘시흥 국제캠퍼스 및 글로벌 산학·의료 클러스터’ 기본 구상안을 작성했다. 서울대 부학장단은 14일 군자지구를 방문해 현지답사를 마쳤으며 기본 구상안도 마무리돼 곧 학장단회의, 평의원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늦어도 다음 달 사업합의서 체결이 마무리되고 내년 착공되면 국제캠퍼스는 2013년 완공될 예정이다.


○ 왜 시흥 국제캠퍼스인가

경기 시흥시 군자지구는 1997년 한화㈜가 공유수면을 매립한 지역으로 시흥시가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도시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다리로 연결되며 시화산업단지와 맞닿아 있다. 시흥시는 시화산업단지 등이 조성돼 있지만 문화·교육·의료 등 기타 인프라가 부족해 4월 당선된 김윤식 시흥시장도 서울대 국제캠퍼스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시흥 군자지구가 서울대 국제캠퍼스 용지로 예정된 이유는 관악캠퍼스와 22km 거리로 가깝고, 연세대 등 다른 대학들이 들어설 예정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와도 가깝다는 점이 크게 반영됐다.

서울대는 이곳에 서울대병원이 들어서고 관련 단지를 만들어 의료상품의 유통지가 되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의료훈련센터는 동남아시아 등 한국 의료기술이 필요한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또 고교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식으로 지역사회의 교육 인프라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구겐하임미술관 수준의 세계적인 문화 시설을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사업의 공동추진단장인 서울대 이정재 교수(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는 “서울대의 교육·의료 인프라가 바탕이 돼 송도국제도시와는 다른 새로운 명품 도시를 만들 계획”이라며 “중요한 것은 서울대가 시흥시 지역 사회와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국제캠퍼스에 ‘하버드관’

이곳 캠퍼스에는 학생 3000명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 겸 강의동 건물 10여 채가 들어선다. 이곳에서 재학생 1500명, 서울대와 학점교류협정을 맺은 타교생 1000명, 외국인 학생 500명 등 3000명이 생활한다. 이 건물들은 주거형 건물로 지어져 한 건물 내에서 강의도 듣고 숙식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영어 등 외국어만 쓰도록 한다는 것.

국제캠퍼스인 만큼 서울대는 해외 유명 대학을 유치해 각 대학의 학부 교양과정 커리큘럼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학과 협정이 체결되면 하버드대 교수들이 이곳에서 ‘하버드관’을 운영하고, 베이징대 교수들이 ‘베이징대관’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것. 이곳에서 학생들은 각 대학의 교육 방침과 사용 언어에 따라 국제 감각을 익힐 수 있게 된다. 또 학부 과정으로 국제학부를 두거나 국제학연구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정재 교수는 “더 타임스 대학평가에서 47위를 한 서울대인 만큼 학교 수준에 맞는 유수 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접촉을 하고 있다”며 “오픈 캠퍼스로 지은 대학과 외국인, 학생, 지역주민 등이 어우러지면서 국제도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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