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된 ‘재력가 사위의 꿈’

  • 입력 2009년 10월 5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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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행세를 하며 결혼을 미끼로 접근한 모녀에게 속아 거액의 상품권을 빼돌린 백화점 직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합의28부(김기정 부장판사)는 S백화점 고객서비스팀장으로 근무하면서 6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기소된 이모씨(41)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60시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S백화점 고객서비스팀장으로 근무하던 이씨는 지난해 10월 백화점 부사장인 박모씨가 고객인 L씨와 딸 조모씨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조씨와 교제를 시작했고, 두 달 후 결혼까지 약속했다.

백화점 회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는 등 재력가 행세를 하던 L씨는 "집안의 결혼 반대를 무마해야 한다"며 자신의 며느리 명의로 된 영종도 별장을 이씨에게 매수하게 했고, 매매대금 납입을 독촉했다.

"조만간 상품권 대금을 마련해 주겠다"는 조씨의 말에 속은 이씨는 백화점 경리과정에게 거래처에 판매할 것처럼 속여 50만원권 상품권 1197매(5억9850만원)을 받아 환전한 뒤 L씨에게 별장 매매대금으로 송금했다.

그러나 L씨 가족에게는 영종도 별장이 전재산인데다 상품권 대금을 마련할 재력이 없었고, 대금을 갚지 못한 이씨는 사기 행각이 밝혀지면서 14년간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됐다.

재판부는 "직장과의 신뢰관계를 위배한데다, 피해금액이 크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조씨 등이 상당한 재력가처럼 행세하고 결혼을 빙자해 이씨를 속인점, 14년 동안 근무하던 백화점에서 해고된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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