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밀실거래서 기업형 조직으로 확대”

  • 입력 2009년 9월 19일 03시 03분


■ ‘병역비리 수사통’이 본 실태

꼬깃꼬깃한 와이셔츠 소매 끝에는 때가 끼여 있다. 사흘째 한숨도 못 자 눈은 빨갛게 충혈됐다. 최근 ‘환자 바꿔치기’ 수법을 동원한 신종 병역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 2팀 윤희정 반장(52·사진). 그는 2001년 박노항 원사 사건을 시작으로 병역 비리 사건을 줄곧 맡아온 ‘병역 비리 수사통’이다.

웬만한 병역 비리 사건은 다 겪어본 윤 반장도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윤 반장은 “병역 비리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인터넷을 활용해 신분을 노출하지 않고 범죄를 공모하고 있어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반장은 병역 비리 범죄의 흐름을 크게 4단계로 나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권력층 아들이 주로 병역 비리의 대상이었다. ‘힘 있는 사람들끼리 밀실에서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군복무를 피해갔다. 윤 반장은 “당시에는 주로 권력층이 대상이 되다 보니 수사도 민감하고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회고했다.

윤 반장은 “소수 권력계층에서 시작된 병역 비리가 돈 있는 사람들에게로 점차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브로커를 이용하거나 직접 관련 기관에 있는 사람에게 뇌물을 주고 면제를 받는 방식이었다. 다음 단계로는 “연예기획사가 성장하면서 연예인, 운동선수들의 병역 비리가 많아졌다”고 한다. 한창 스타덤에 오른 나이에 군대에 가는 것보다는 입대를 미루거나 면제받는 게 기획사 측에서도 돈벌이에 도움이 됐던 것.

이번 사건은 윤 반장에게도 새롭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만 있으면 누구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특정 계층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이 병역 비리에 연루됐다”고 말한다. 또 “유령학원을 세워 학원생으로 등록시켜 주고 입대를 연기하는 등 브로커가 ‘기업형’으로 병역 비리 조직을 운영한 것도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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