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GREEN]<3>녹색생활은 선택 아닌 필수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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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최우갑 교수(왼쪽) 연구팀이 9월 16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을 맞아 “생활 속의 작은 실천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보자”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최 교수 연구팀은 성층권 대기에 있는 오존층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최우갑 교수(왼쪽) 연구팀이 9월 16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을 맞아 “생활 속의 작은 실천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보자”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최 교수 연구팀은 성층권 대기에 있는 오존층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오존층 파괴 연구하는 서울대 최우갑 교수팀
“뻥뚫린 오존층 보면 전등 한개라도 더 끄게 되죠”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서지훈 씨(27)는 14일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20분 거리에 있는 연구실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서울대 자연과학대 중층대기연구실.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곳이다. 오존층 파괴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도 주요 연구 과제다. 컴퓨터로 여러 자료를 분석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연구실을 나서려는 순간 오후 세미나 자료를 미리 출력하는 걸 깜빡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교수인 최우갑 교수가 늘 강조하는 “종이는 곧 나무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서 씨는 평소 모아둔 이면지에 자료를 출력하고 연구실을 나섰다.》

b>자외선 막아주는 오존층 온실가스 탓에 점차 파괴
지구촌 ‘복원 대책’ 부심
“종이 아껴야 나무 덜 벤다”
연구실 이면지 사용 일상화… 컴퓨터도 안쓸때는 ‘OFF’

○ 내년부터 오존층 파괴 물질 생산 중단

1987년 전 세계 180여 개국은 오존층 파괴 물질 생산 중단 등의 내용을 담은 ‘몬트리올 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개발도상국도 내년이면 프레온이나 할론 가스 등 오존층 파괴 물질 생산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유엔이 지정한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을 이틀 앞둔 14일. 서울대에서 만난 이 대학 지구환경과학부 최우갑 교수는 “오존층 파괴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오존층이 있는 성층권(지상에서 15∼50km 상공) 대기를 연구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학자다.

최 교수는 지구온난화의 오존층 파괴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대류권 기온이 상승하면서 성층권 온도는 떨어지는데, 성층권 온도 하락이 오존층 파괴를 불러온다는 것. 이 때문에 최근 기후학자들은 프레온이나 할론 가스처럼 오존을 직접 파괴하는 물질에 대한 연구보다는 이산화탄소나 메탄 등 온난화 유발물질의 증가가 오존층 파괴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연구 대상이 더욱 방대해진 셈이다.

하지만 성층권과 오존층 연구에 대한 국내의 저변과 지원은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존층 파괴가 심각한 극지방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위도에 속해 있어 오존층 파괴의 영향이 당장 나타나지 않는 까닭에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상대적으로 덜한 영향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위도에 있는 이웃 일본만 해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50년 이상 축적된 연구 성과를 보유하고 있다.

최 교수는 “오존층과 성층권 연구는 그 자체로도 연구가치가 높지만 기상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거나 장기적인 기후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연구의 중요성에 비해 지원 필요성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 생활 속에서 오존층 보호 가능

오존층 보호는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온난화로 인한 오존층 파괴를 감안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작은 실천도 오존층을 보호하는 방법이다.

최 교수와 연구실의 연구원 5명도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려는 작은 노력들을 실천하고 있다. 수시로 연구실의 불필요한 조명이나 컴퓨터 전원을 체크해 에너지 생산에 들어가는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한다. 이면지 사용도 펄프 생산을 위한 벌목을 줄일 수 있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최 교수가 연구원들에게 입이 닳도록 “종이는 곧 나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부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생활수칙 8가지’에 따르면 실내 난방 온도를 1도 낮추면 가구당 연간 231k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또 샤워 시간을 1분 줄이면 이산화탄소 7kg을 감축할 수 있다.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하고 일회용 컵 대신 머그 컵을 사용하는 것도 간단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소나무 1그루를 심으면 연간 5kg의 온실가스 흡수 효과가 있다.

최 교수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오존층 파괴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파괴됐던 오존층이 30년이면 원상회복되리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온난화로 인한 오존층 파괴가 관측되면서 회복 시기를 50년 이후로 늦추는 예상이 많다”며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노력들이 모아지면 오존층 원상회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존(ozone):

3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한 기체. 화학식은 O₃. 상온에서 푸른빛을 띤다. 강력한 산화력을 가지고 있어 악취 제거, 표백, 살균을 목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지구 대기 중 성층권에 오존층을 형성해 해로운 태양 자외선을 흡수하는 좋은 역할을 하지만 지표면에서 생성된 오존은 장기간 호흡하면 인간의 호흡기를 해치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오존층 엷은 칠레남부, 툭하면 화상 - 백내장

칠레의 최남단 도시 푼타아레나스. 인구 12만 명에 칠레뿐만 아니라 지구촌에서도 아주 남쪽에 있는 도시인 이곳 주민들은 매년 9월부터 12월이면 오존층 파괴로 인한 피해를 실감한다.

야외에서 뛰어놀다가 온 아이들의 피부는 빨갛게 익어 있다. 농부들은 방목하는 양들이 백내장으로 눈이 먼 것을 해마다 확인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은 축구를 한 뒤 피부 화상을 입는다. 시민들은 가까운 거리로 잠시 외출할 때도 온몸에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하게 바르고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쓴 뒤 소매가 있는 여벌의 옷까지 준비한 뒤에야 집을 나선다. 모든 게 급격히 증가하는 태양 자외선 탓이다.

남극 상공의 오존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매년 9월에서 12월 푼타아레나스 사람들의 일상은 오존층이 파괴됐을 때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될지 생생히 보여준다. 이 기간에 이 도시 사람들은 하얀 피부라면 5분, 검은 피부라도 20분 이상 태양에 노출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다. TV의 기상 예보도 매일 기온이나 강수 가능성을 이야기하듯 남극 상공의 오존구멍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오존층 파괴로 인한 자외선 노출 증가는 기미나 주근깨가 늘어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몸에 해로운 자외선이 세포를 파괴하면서 피부암이나 백내장 환자가 증가한다는 게 의학계 의견이다. 인체의 면역력이 저하돼 지금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전염성 질병에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상황도 예견할 수 있다. 성층권의 오존 농도가 1% 감소하면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 자외선의 양은 2%씩 증가하는데 이에 따라 피부암 발생률은 약 4%, 백내장은 0.6%씩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농작물을 비롯한 생태계도 악영향을 받는다. 오존층에 대부분 흡수됐어야 할 자외선이 지표면에 도달하면서 식물의 엽록체 파괴, 개화와 잎 크기 감소 등을 초래해 농작물 수확이 줄어든다. 또 해양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플랑크톤을 감소시켜 인류의 마지막 식량 창고로 불리는 바다의 먹이사슬을 파괴할 수도 있다.

착한 오존 성층권의 자연산… 자외선 차단해 지구보호
나쁜 오존 지표면의 배기가스가 주범… 호흡기 해쳐

‘오존에도 좋은 오존과 나쁜 오존이 있다?’

오존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동식물 생존에 필수적인 좋은 오존이 되기도 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나쁜 오존이 되기도 한다. 그 기준은 바로 오존의 높이.

지표면에 가까운 대류권(지상에서 10∼15km)에 있는 오존은 나쁜 오존이다.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강한 햇빛을 받아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오존이 만들어진다. 오존은 자극성과 산화력이 강하기 때문에 동물의 호흡기에 악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무, 시금치, 파 등 농작물의 수확량을 감소시킨다. 어린이나 폐기능이 떨어지는 노인, 호흡기질환자 등이 취약하다.

고농도 오존은 기온 25도 이상, 상대습도 75% 이하, 일사량이 강한 조건에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는 1년 중 6월이 고농도 오존의 출현 빈도가 높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고농도 오존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오존경보제’를 실시하고 있다. 오존 농도가 0.12ppm 이상이 되면 ‘주의보’, 0.3ppm 이상이면 ‘경보’, 0.5ppm 이상이 되면 ‘중대경보’를 발령한다. 오존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자동차 운행을 줄여 오존 생성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똑같은 오존이지만 성층권에 있는 오존은 ‘오존층’을 이루는 좋은 오존이다. 성층권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돼 지상 20∼30km 부근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오존층은 해로운 태양 자외선을 흡수해 지상에 있는 동식물을 보호한다.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는 말은 성층권에 있는 오존의 농도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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