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들아, 내가 다 뒤집어쓰마”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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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사망사고 허위자수
검찰 재조사로 통화사실 탄로

올해 5월 충북 영동군에서 한모 씨(27)는 무면허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A 씨(79)를 숨지게 했다. 한 씨는 사고를 내자마자 아버지(61)에게 연락했고, 근처에 있던 아버지는 급히 달려와 “내가 다 뒤집어쓸 테니 너는 모른 척하라”며 경찰에 허위 자수를 했다. 아들 한 씨는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고, 당시는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불과 이틀이 지난 때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또 교통사고를 낸 것이 드러나면 크게 처벌받을 것을 걱정했다.

한 달여간 조사한 끝에 경찰은 아버지 한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담당 검사인 청주지검 영동지청 장형수 검사는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해 경찰에 재조사를 지시했다. 때마침 사고현장을 지났던 현직 판사 등은 “운전자가 검은색 옷을 입었다”고 진술했는데, 아버지의 옷 색깔과 전혀 달랐기 때문.

재조사 과정에서 사고 직후 아들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은 아들 한 씨에 대해 뺑소니 혐의로 지난달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아들과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며 검사 앞에서 ‘뒤늦게’ 진실을 털어놨다. 아버지 한 씨는 “조사가 이뤄지는 3개월여 동안 잠을 못 이뤘지만 아들이 사회생활을 못할 것 같아 더 걱정이었다”라고 했고, 아들은 “이렇게 되니 마음이 편하고 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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