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고보니 7세 딸 둔 ‘가장 발바리’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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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 돌며 10년간 부녀자 125명 성폭행
범행뒤엔 말끔히 청소
휴대전화 단서로 검거

경기 북부 일대에서 부녀자 125명을 연쇄 성폭행한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용의자 차모 씨(39)는 부인과 딸(7)을 두고 경기 지역에 소형 아파트를 갖고 있어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이 없는 평범한 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동네에 효심이 지극하다는 소문까지 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밤만 되면 치밀한 수법으로 여성을 성폭행하는 ‘이중생활’을 결혼 전인 2000년부터 올해 7월까지 10년 동안이나 해 왔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차 씨를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보호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차 씨는 결혼 전부터 1t짜리 개인 트럭으로 파주 양주 의정부 고양시 일대에서 물건을 배달하는 일을 했다. 처음에는 돈을 목적으로 여성이 혼자 사는 원룸이나 다가구주택에 들어가 현금과 귀금속을 훔쳐 나왔다. 그러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성폭행을 하게 되면서 그것이 습관처럼 돼 버렸다. 차 씨는 경찰에서 “한두 번 성폭행을 하고 나니 나중에는 여성 자체를 목표로 삼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주로 밤 12시에서 오전 4시 사이에 배회하다가 혼자 집에 들어가는 여성을 뒤따라가거나 현관이 열려 있는 집 또는 방범창이 허술한 집, 평소 눈여겨본 여성들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원룸이나 다가구주택은 가스배관을 타고 접근하기 용이했고 방범창도 쉽게 잠금장치가 열리거나 절단됐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행동했다. 범행 때는 모자나 마스크를 써 얼굴을 가리고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목장갑을 꼈다. 집 안으로 침입하면 먼저 여성의 지갑이나 수첩, 앨범을 찾아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여성을 깨워 흉기로 위협해 반항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고는 피해자를 잘 아는 것처럼 직업이나 친구관계, 직장 얘기를 하고 평소 주위에서 살펴보고 있는 것처럼 겁을 줘 신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빼앗은 금품은 4000만 원 상당으로 현금과 귀금속 위주였고, 꼬리가 잡히기 쉬운 신용카드는 건드리지 않았다. 음모나 정액 흔적 같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현장 주변을 말끔히 청소하고 마지막에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갖고 나왔다. 차 씨는 친자매를 차례로 성폭행하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여성은 몇 개월 뒤에 다시 찾아가는 대담성도 보였다. 남성과 있는 경우엔 남성을 결박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2007년 전담팀을 구성해 2년 가까이 추적한 끝에 4일 차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차 씨가 피해여성의 휴대전화로 유료 음란전화를 이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단서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 씨가 200여 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함에 따라 다른 범행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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