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교장 공모’ 갈등, 집단 등교거부 사태로

  • 입력 2009년 9월 2일 06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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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북상초등학교 전교생 42명 중 31명

학교 “결석처리”- 학부모측 “공모 재개를”

교장공모제 취소를 둘러싼 경남 거창군 북상초등학교 학부모와 도교육청 간 갈등이 결국 집단 등교거부 사태로 번졌다.

본보 8월 21일자 A18면 참조 ▶ 거창 북상초 ‘교장 공모제 취소’ 놓고 공방전 가열

북상초등학교 오중환 교장은 1일 “개교일인 이날 전교생 42명 가운데 31명이 등교하지 않아 결석처리를 했다”며 “학부모와 교육청이 대화를 통해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운영위원회(위원장 서원) 소속 학부모들은 최근 “도교육청이 부당하게 교장공모제를 취소했다”며 “내년 신학기에 다시 공모제를 시행한다는 약속을 할 때까지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이에 따라 31명의 학생은 이날 오전 운영위가 학교 인근 갈계숲에 마련한 ‘마을학교’로 나갔다. 운영위는 마을학교에 전직 교사 등 4명을 선생님으로 초빙했다. 2일부터 오전에는 산책과 명상을 시작으로 말하기, 쓰기,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의 수업을 한다. 이어 오후에는 음악, 미술, 체육과 보충학습을 계획하고 있다. 토요일에는 디지털카메라 배우기 등 체험학습을 하기로 했다.

이 학교는 올해 6월 교장공모제 시범학교로 지정돼 8월 31일 퇴임하는 교장의 후임을 공모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거창교육청과 학교운영위의 심사를 거쳐 추천된 2명의 후보 가운데 한 후보가 이의를 제기하는 등 물의가 일어났다는 이유로 교장공모제 시범학교 지정을 전격 철회했다.

이에 학교운영위와 학부모들이 단식농성 등으로 반발했으나 도교육청은 오 교장을 임명했다. 서 위원장은 “권정호 교육감이 지휘하는 공교육은 거부하기로 했다”며 “통폐합 위기에 놓인 학교의 회생을 위해 교장공모제는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북상초등학교 발전을 위한 재정 지원 등은 가능하지만 교장공모제는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거창교육청은 일주일 이상 등교 거부가 계속되면 서면으로 등교를 독촉하고, 2회 이상 응하지 않으면 학교운영위원과 학부모를 상대로 법적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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