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부의 기술<1>핵심문장찾기 실전훈련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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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잘 모르겠는데요…” “글을 만만하게 생각해 봐”

《서울 휘경중 3학년 박성신 양(15)은 중위권이다. 학교 수업도 성실히 듣는 편이고, 학원 수업도 빠지는 일이 없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평균 80점대를 유지했다. 3학년이 되고 나선 방심하는 사이 평균성적이 좀 떨어졌다. 사회, 기술·가정 등은 성적이 좋은 데 반해 국어(75점)와 영어(70.3점) 성적이 좋지 않았다.

박 양은 “어떻게 국어공부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 양에게 필요한 건 뭐? 바로 국어의 핵심문장을 찾는 기술이다.

이 비법을 전수하기 위해 고등온라인교육업체 스카이에듀의 ‘수호천사’(학습 멘터 그룹)로 활동하는 정현창 씨(경희대 한의예과 08학번)가 나섰다. 함께 공부한 지문은 중학교 3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2단원 ‘비판하며 읽기’에 실린 논설문의 한 문단. 박 양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딱딱한 논설문인 데다 평소 관심 있던 내용이 아닌지라 ‘한번 읽어보라’는 정 씨의 제안에 박 양의 미간엔 앙증맞은 주름이 잡혔다.》

키워드로 읽으면 긴 문장도 간단… 딱딱한 논설문도 한눈에 쏙!

현창 자, 글이 어떻니? 어떤 내용인지 알겠어?

성신 음…. 잘 모르겠는데요.

현창 눈에 띄는 단어는 뭐가 보이지?

성신 신…문?

현창 좋아. 이 사람은 이 글을 대체 왜 썼을까?

성신 그것까지는 파악을 못했어요.

현창 네가 어떤 글을 쓴다고 생각해 봐. 당연히 목적이 있겠지? 어떤 주장을 하고 싶다면 근거가 필요하고. 예를 들어 성신이가 피자가 먹고 싶어. 그냥 어머니께 “피자 사주세요”하면 무조건 사주진 않으시겠지. 피자 먹고 공부 열심히 하겠다든지, 피자치즈에 든 영양소가 두뇌회전을 좋게 한다든지 그 이유를 대면 설득력이 높아져. 글쓴이도 마찬가지야. 한 가지 주장을 위해 몇 가지 문단으로 주장을 뒷받침해. 글을 읽을 때 의식적으로 ‘이 사람이 이 글을 왜 썼을까’를 생각하면서 읽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어. 글을 쓴 이유가 곧 글의 핵심이야! 이 글은 아마도 신문의 보도에 대한 것 같아.

성신 그런데 저는 딱딱한 글은 일단 눈에 안 들어와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까 핵심도 모르겠고. 그래서 그냥 참고서의 ‘요점정리’를 외워요.

현창 참고서의 요점정리는 시험 전 정리할 때 보는 거야. 평소에는 스스로 핵심내용을 파악하는 훈련을 해야 해. 내가 어려운 글을 읽을 때 썼던 기술을 알려줄게. 내가 이과였는데도 불구하고 수능 언어영역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 하하하.

성신 우와! 뭔데요?

현창 지문의 첫 문장을 보자. ‘신문이 진실을 보도해야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설명이 필요 없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평소에 말할 때 이렇게 딱딱하게 말하지 않지? 저 내용을 친구한테 이야기한다면 성신이는 어떻게 말할까?

성신 신문이 진실을 보도해야한다는 건 설명이 필요 없이 당연한 거야.

현창 좋아. 내용이 한결 쉽게 와 닿지? ‘신문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로 더 쉽게 표현할 수 있어. 글을 ‘만만하게’ 생각해봐. 물론 당장 글이 한눈에 쏙 들어오진 않을 거야.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읽는 훈련을 하면 글을 쉽게 이해하는 법을 체득할 수 있어. ‘뭐 이런 게 기술이야?’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번 실천해봐.

성신 지문을 읽으면요. 눈은 글자를 따라가는데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요. 다음 문장을 읽으면 앞문장이 생각이 안 나고요.

현창 아참, 성신아. 어제 내가 2PM(아이돌그룹 이름)에 택연(2PM의 멤버)을 봤거든? 근육이 장난이 아니더라.

성신 헉! 정말요?

현창 내가 무슨 얘기했지?

성신 택연 근육요.

현창 오케이. 내가 8개 단어로 한 문장을 말했는데 너는 2개 단어로 깔끔하게 정리했어. 바로 키워드로 들은 거야.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야. 머릿속에서 글이 정리가 안 되는 이유는 문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이해하려고 해서야. 평소 대화할 때처럼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의미를 읽도록 해.

키워드를 생각하면서 다시 글을 볼까? 핵심단어에 동그라미나 밑줄 치는 것 잊지 말고.

▼ 박성신 양이 밑줄 그은 지문 (아래 그래픽)

성신 신문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그런데 가끔 어떤 세력에 따라 보도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 같아요.

현창 그렇지. 일단 문단의 첫 문장에 이미 전체 문단의 핵심내용이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겠다. 그런데 첫 문장이 곧 핵심문장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단서가 숨어있어. 글에서 핵심문장을 찾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술이지. 바로 ‘접속사’야. 학교와 학원에서 접속사의 기능에 대해서 외운 적 있지? 순접, 대등, 병렬, 역접…. 그리고 그 기능을 하는 접속사에 무엇이 있는지 달달 외우잖아. 그렇게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평소에 그런 접속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생각하면 쉬워.

예를 들어보자. ‘어제 내가 연예인 정준하를 직접 봤어. 그런데 머리가 생각보다 별로 안 크더라’라고 말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

성신 정준하 머리가 별로 크지 않다는 거요.

현창 그렇지. 글도 같아. ‘그런데’라는 접속부사는 앞의 내용과 상반된 내용을 이끌 때 쓰여. 글이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접속부사 뒤에 있다는 의미지. 그렇다면 이 글의 핵심은 어디 있을까?

성신 글의 중간에 ‘그런데’라는 접속어 뒤 ‘이러한 준칙을 강조하는 것은 기자들의 기사 작성 기술이 미숙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보도의 내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인 것 같아요.

현창 그렇지! 이 문단 뒤에는 언론은 진실을 왜곡하려는 권력과 이익집단의 구속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이어지면서 전체 글이 마무리 돼. 따라서 접속사 ‘그런데’ 뒤 문장이 이 문단의 핵심을 담고 있으면서 다음 문단과도 연결되는 거야. 각 문장의 핵심 단어들을 엮어보면 이 글의 핵심 문장이 보여. △첫 번째 문장: 신문의 진실 보도 △두 번째 문장: 정확한 보도 △세 번째 문장: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 보도의 내용 달라짐 △네 번째, 다섯 번째 문장: 수난, 형극, 고독의 길. 이 단어들로 직접 문장을 만들어볼래?

성신 정확한 보도를 위해서 신문은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데 이해관계에 따라 특정보도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언론인은 수난, 형극, 고독의 길을 걸어야 한다.

현창 이것 봐! 핵심단어만 연결했는데도 거의 완벽한 핵심문장을 만들었잖아. 이제 이 기술을 알았으니 참고서의 핵심정리 달달 외지 말고, 직접 핵심문장 찾는 기술을 써먹어야 한다. 알았지?

성신 (웃음) 네. 이제 감 잡았네요.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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