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임상시험 자청 ‘봇물’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우리 아이 시험용 백신이라도 맞을수 없나요”
모집 공고도 나기 전에 병원마다 문의 폭주
‘가을철 대유행때 백신 못 구할라’ 우려 반영

녹십자 백신 ‘GC1115’의 임상시험 계획이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병원마다 신청자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가을철 대유행이 경고되면서 ‘백신 대란’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탓이다.

녹십자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 임상시험은 성인 472명, 소아·청소년 250명을 대상으로 대학병원 8곳에서 진행된다. 이들 병원은 아직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 공고를 내지 않았다. 병원 내 임상시험 심사위원회에서 윤리적 의학적 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끝나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나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하지만 백신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임상시험 단계에서라도 백신을 맞으려고 신청자가 몰려들고 있는 것.

21일 임상시험 기관인 K대학병원 내과에는 “모집 전이면 미리 예약이라도 받아 달라” “열이 오르고 기침이 나는데 임상시험용 백신을 맞고 싶다” “당뇨가 있는데 임상시험에 참가할 수 있나”라고 묻는 전화가 계속 울려댔다. 내과 병동 간호사들은 “신종플루가 의심된다며 내원하는 환자가 2, 3배 늘고 문의 전화도 계속 걸려와 업무 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소아·청소년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 백신 생산 일정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했다. 과거 임상시험 사례에서 보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다른 나라 부모들에 비해 자녀를 임상시험에 참가시키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던 것.

그러나 신종플루 백신 임상시험은 달랐다. K대학병원 교수는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임상시험에 자녀를 참여시키고 싶다는 문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인 녹십자에도 이날 오전에만 문의전화 100여 통이 걸려 왔다. 문의자 대부분은 20, 30대였다. 이들은 국내 신종플루 환자의 49.4%를 차지한다. 문의 전화를 했던 송모 씨(32·서울 서대문구)는 “청년층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아 백신이나 치료제 투약이 올해 안에는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다”며 “만약을 대비해 임상시험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임상시험 기관인 S대학병원 교수는 “신종플루가 대유행하기 전에 남보다 앞서 백신을 맞으려는 심리가 큰 것 같다”며 “선착순 50명을 모집할 예정인데 공고가 나면 한두 시간 안에 마감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임상시험은 시험용 백신에 대한 품질검사 및 시험 참가자 모집이 마무리되는 다음 달 둘째 주부터 백신을 투여한다. 성인과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8주간 경과를 관찰한다. 식약청은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11월 중반에는 예방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이날 신종플루 감염환자가 입원치료와 항바이러스제를 구할 수 있는 거점병원과 거점약국 명단을 발표하자 이를 게시한 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의 홈페이지는 접속이 폭주해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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