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하면 기장, 기장하면 ‘미역 영어’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부산시 인구 355만여 명 가운데 8만1000여 명이 살고 있는 반농반어(半農半漁) 지방자치단체 기장군. 부산 16개 지자체 중 유일한 군(郡) 단위다. 요즘 이곳에서는 ‘미역 영어’라는 영어 특성화 사업이 한창이다. 지역 특산물인 미역과 다시마처럼 학생들이 매끄러운 영어를 할 수 있도록 기장군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기장중학교에서는 군 전체 초중학생(8300여 명) 가운데 622명(8%)이 참가한 대규모 영어캠프가 열렸다. 캐나다 공립학교 교사 33명이 부산교대생의 도움을 받아 하루 4시간 동안 가르쳤다. 참가비는 23만 원. 가격이 싼 것은 교사들의 항공비, 체재비, 학습기자재 등 2억5000만 원을 기장군이 지원했기 때문.

비슷한 기간 지역 초중고교생 35명은 캐나다 요크 리전(York Region)으로 4주간 어학연수를 떠났다. 1인당 비용만 600만 원가량이지만 저소득층은 무료, 나머지 학생은 홈스테이 비용 90만 원만 부담했다. 군이 올해 두 차례 어학연수비로 6억 원을 마련해 부담이 없었다. 두 가지 대형 영어교육 기획은 지난해 기장군과 캐나다 요크 리전 교육청의 업무협약에 따라 이뤄졌다.

올 4월에는 기장도서관과 기장종합사회복지관에 ‘거점 영어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학생 200여 명은 월 2만 원에 원어민 강사 5명에게 수업을 받고 있다. 기장군이 운영비 1억 원을 지원해 가격이 내려갔다. 거점 영어센터 강사비와 9개 학교의 원어민 강사비로 군이 지원한 액수만 9억 원에 이른다. 기장군은 영어특성화 사업을 위해 지난해 부산에서 처음으로 전담 부서인 ‘교육지원계’를 설치했다.

○ 인구 유입을 위한 교육 투자

기장군이 올 한 해 19억여 원을 영어교육에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것은 ‘전력산업기반기금’ 때문이다. 고리원자력본부가 있는 기장군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발전량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다. 이 기금은 공공시설, 주민복지, 기업유치지원 7개 사업 가운데 한 분야에 최대 30%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기장군이 올해 정부에서 받은 지원금은 87억 원.

영어교육 이외에도 방과 후 학교에 5억 원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기장군 초등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 가운데 98%가 무료로 운영된다. 기장군 관계자는 “당장 눈에 보이는 사업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기장군의 먼 미래를 위해 지원금의 30%인 25억 원가량을 교육비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미역 영어’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구 유입이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인근 해운대구와 동래구로의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선택한 전략. 기장군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이미 10%를 넘어섰다. 기장군에 정관신도시가 들어섰지만 아직 입주가 신통치 않다. 기장군은 “자녀교육 때문에 자주 이사를 하는 현실에서 가장 좋은 인구유입 전략은 교육투자”라고 설명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