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2500억 지원을” 산은 “구조조정비 1000억만 검토”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쌍용자동차 노사가 합의를 이룬 지 하루 뒤인 7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불법점거 파업은 77일째인 6일 마무리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쌍용자동차 노사가 합의를 이룬 지 하루 뒤인 7일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조립공장에서 직원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불법점거 파업은 77일째인 6일 마무리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쌍용자동차 노사가 6일 극적인 협상 타결을 통해 파업을 종료함에 따라 관련 부처와 채권금융기관은 7일 쌍용차 회생을 돕기 위한 지원 대책 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경제 부처들은 협력업체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대한 구조조정 비용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노동부는 쌍용차 정리해고자와 협력업체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이날 발표했다.》

산업銀 “담보 있어야 지원”… ‘회생어렵다’ 시각 많아

쌍용차 측은 산업은행에 신차(新車) 개발 비용 1500억 원 및 희망퇴직자 위로금 지급 등 구조조정을 위한 비용 1000억 원 등 모두 2500억 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 가운데 구조조정 비용 1000억 원에 대해서만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모든 지원에는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면서도 “우선 쌍용차 측이 구조조정 비용으로 요청한 1000억 원 이내에서 자금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공적자금이 아니며 지원을 하게 되면 당연히 담보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구조조정 비용을 지원받더라도 쌍용차 회생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신차가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자동차업계 특성상 당장 내놓을 모델이 없는 쌍용차가 신차 개발비를 구하지 못하면 그만큼 회생 전망이 불투명해진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내주 대책회의… 협력사 2300억 지원 논의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은 내주 중 쌍용차 지원 관련 대책 회의를 열 방침이지만, 지원 수위를 놓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가 이미 독자 생존 능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쌍용차가 경쟁력 확보에 실패하면 자칫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2300억 원 규모의 지역상생펀드를 통해 쌍용차 협력업체들을 돕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정협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쌍용차의 구조조정이 아직 덜 끝났고, 필요한 유동성에 대한 지원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지 않은가 본다”며 “쌍용차가 과연 정상적으로 회생할 수 있을지 판단이 선뜻 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노동부 평택시 첫 고용개발촉진지역 내주 지정 추진

노동부는 다음 주에 경기 평택시를 첫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평택시가 고용개발촉진지역으로 지정되면 쌍용차 등 평택 소재 기업은 정부로부터 근로자 임금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경영난으로 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업체에 대해 정부가 근로자 수당의 90%를 국고로 지원한다는 것. 이 밖에도 노동부는 ‘쌍용차 재취업 전담반’을 설치해 실직자에게 맞춤형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평택시는 쌍용차 및 협력업체 근로자와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다음 달부터 ‘범시민 나눔운동’을 펼친다. 특히 실업 및 생활지원 대책, 장학사업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평택시 민생은행’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해고 근로자와 가족, 지역경제 침체로 휴·폐업한 영세 소상공인과 저소득층 가정 등이 민생은행의 주 수혜대상이다.

노동부와 평택시의 쌍용차 지원 방안은 회사 회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실업의 충격을 일부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평가다.

법정관리인 “2, 3곳서 인수의향… 회생안 초안 마무리”

회사 측도 도장공장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등 조업 재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영태 쌍용차 법정관리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가 2, 3곳 있다”며 “외국 기업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들이 직접 나선다기보다는 인수합병(M&A) 컨설팅 회사나 로펌 등을 통해 접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은 현재 초안을 마무리한 단계”라고 했다. 협력업체들도 법원에 제출한 쌍용차 조기파산 신청서를 철회하고 쌍용차 조업 재개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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