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범죄 꼼짝 마”… 인천은 ‘CCTV 시티’

  • 입력 2009년 7월 3일 06시 50분


1300여대 설치 구군별 관제센터 본격운영

범죄 감소효과 뚜렷… 범인 검거도 늘어

부녀자 8명을 납치 살해한 연쇄살인범 강호순 씨(39)의 검거과정에서는 폐쇄회로(CC)TV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가 한 여성을 납치해 끌고 가던 차량이 CCTV에 찍혀 경찰 추적이 시작됐고 강 씨 집 주변에 설치된 CCTV 덕분에 거짓 알리바이가 들통 났다.

이 같은 CCTV가 인천 전역의 주요 길목에 그물망처럼 촘촘히 설치됐다. 인천시가 올해 초부터 시 전역에 걸쳐 설치하기 시작한 방범용 CCTV 확대 사업이 남동구를 제외하고 모두 완료돼 1일부터 본격 가동한 것.

○ 도시 전역을 ‘화상 순찰’

전국에서 방범용 CCTV가 증가하고 있으나 기초자치단체별로 차이가 심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자립도에 따라 설치 대수가 다르기 때문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지역으로 범죄가 옮아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시는 전국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동시에 CCTV 확대 공사를 실시했다. 시가 총 65억 원을 지원해 학교, 놀이터, 공원, 주택가 주변에 CCTV를 설치하고 구군별로 ‘CCTV 관제센터’를 운영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인천 전역에서 가동되는 방범용 CCTV가 지난해까지 143대였으나 이제 1300여 대로 10배가량 늘었다. 이 중 계양구청 건설과 전기팀장인 최익선 씨(37)가 고안한 가로등 겸용 방범용 CCTV가 900대가량 차지하고 있다. 이 장비는 밤에도 행인의 얼굴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화상을 자랑하고 카메라로 50m 거리까지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기능을 갖췄다. 최 씨는 이 장비를 개발해 예산절감 효과를 거둔 공로로 지난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 방범용 CCTV를 통해 도시 곳곳을 감시하는 CCTV 관제센터는 총 10곳 설치됐다. 삼산경찰서와 부평경찰서는 부평구청 6층에 통합관제센터를 마련해 5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경찰관 3, 4명과 모니터 요원 10여 명이 2, 3교대제로 관제센터에 근무하면서 ‘화상 순찰’을 하게 된다.

○ 범죄 감소 효과

농촌지역인 강화군에서는 82대의 방범용 CCTV 설치 공사를 4월 22일에 마쳤다. 강화읍 도심과 폭력사건이 자주 발생했던 우범지대, 농촌으로 이어지는 주요 길목에 중점 배치하고 관제센터에서 수시로 동향을 살폈다.

가동 직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가 있는 도난 차량을 적발했고 6월 6일엔 강화터미널 주변에서 벌금 수배자를 검거했다. 관제센터에서 근무하던 경찰관이 머뭇거리던 차량번호를 조회한 결과 수배자 소유 차량인 사실을 확인했고 즉시 112차량을 연락해 수배자를 붙잡았다.

이 같은 검거 실적과 함께 범죄 발생 건수도 급격히 줄었다. 강화군에서의 범죄 건수는 5월 17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64건에 비해 67%나 감소했다. 강화경찰서 생활안전계 모상진 경사는 “관제센터에서 모니터를 그냥 보고만 있는 게 아니라 수시로 의심스러운 사람이나 이상 차량에 대한 추적 조회를 하고 있다”며 “CCTV 주변에선 폭력사건이 한 건도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 CCTV가 범죄 감소에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CCTV 190대를 설치한 계양구에서의 범인 검거 실적은 우수한 편이다. 4월 11일 오전 2시 30, 40분 작전동 A빌라 주변의 차량에서 현금을 턴 뒤 인근에 주차된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났던 특수절도범 3명이 CCTV의 녹화 화면 분석을 통해 붙잡혔다. 이처럼 계양구에서만 CCTV 녹화자료로 검거된 범인이 1∼5월 12건에 총 33명이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