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입’ 편입학, 영어-수학 비중 커졌다

  • 입력 2009년 7월 1일 02시 57분


■ 주요 대학 2010학년도 요강발표

《소위 ‘스펙(Spec·학력, 경력 등 외형적 조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편입학 준비생이 늘어나고 있다.

편입학 업계에서는 매년 4만5000∼5만 명 정도가 편입학을 준비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올해 1학기에 편입학 전형을 실시한 183개 대학 가운데 서울 소재 36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12 대 1이 넘었다.

3158명 모집에 3만9605명이 몰렸다.

상위권 대학과 취업이 잘되는 인기 학과의 편입학 경쟁률은 해마다 수십 대 1을 기록한다.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바꿀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도입됐던 편입학은 이제 ‘좀 더 나은 대학’으로 이동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편입학이 제2의 대학입시로 불릴 정도다.》

성균관-이화여대 수학 신설
중앙대는 난이도 조절키로
영어는 대학마다 경향 달라
맞춤형 준비 필요할듯

대학들은 6월 말에서 7월 초에 걸쳐 내년도 편입학 시험 요강을 발표한다. 최근 고려대와 성균관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상당수가 2010학년도 편입학 요강을 확정했다. 최근 편입학 시험은 필기시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수학시험을 도입하고 영어시험 난도를 높이는 대학이 많아졌다.

지난해부터 일부 대학이 강화하기 시작한 수학 시험은 2010학년도에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자연계열이나 이공계열 편입생 가운데 수학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학생들이 커리큘럼을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성균관대와 이화여대가 자연계열 편입에 수학시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성균관대는 2009학년도까지 1단계는 영어시험만으로 평가한 뒤 영어, 이전 대학 성적, 면접 등으로 최종 합격생을 가렸다. 하지만 2010학년도에는 자연계열에 한해 1단계에 수학시험을 추가했다. 2단계에서도 영어와 수학 성적을 60% 반영해 수학이 최종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화여대도 자연계열에 수학 시험을 추가해 1단계에서 영어, 수학, 전 대학 성적을 평가한다. 2단계에도 수학 성적이 반영된다.

이미 수학시험을 치러 온 중앙대는 난이도 조절에 착수한다. 지난해까지는 모든 계열의 편입 수학시험이 똑같았지만 올해는 의대와 약대, 자연계열과 이공계의 수학 문제를 30% 정도 다르게 출제할 계획이다. 의대, 약대의 수학시험이 자연·이공계열보다 다소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동국대와 서울시립대는 수학시험을 치르는 학과를 늘린다. 동국대는 산업시스템공학전공과 컴퓨터공학과, 서울시립대는 물리학과와 공간정보학과 편입시험에 수학시험이 도입된다.

영어는 모든 대학의 편입시험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대학마다 출제 경향이 달라 맞춤형 준비가 필요하다. 문법, 어휘, 독해가 비슷한 비중으로 출제되는 종합유형의 영어시험을 치르는 대학은 경기대, 서경대, 서울여대, 홍익대 등이다. 종합유형이지만 실용영어의 비중이 다소 높은 곳은 경원대와 동덕여대가 꼽힌다.

전체 문제 가운데 독해가 60% 이상을 차지하는 독해중심형 시험을 치르는 대학은 가톨릭대, 경희대, 광운대, 국민대, 단국대, 동국대, 명지대, 서강대, 숙명여대, 아주대, 인천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이다. 독해 비중이 80%가 넘는 곳(성균관대, 숭실대, 인하대, 한성대)도 있다. 고려대는 기존의 고려대영어능력평가고사(KUET) 대신 2010학년도부터 KU-TOSEL을 편입시험에 적용하기로 했다. 유형은 TOSEL과 비슷하지만 듣기, 말하기, 쓰기 영역은 제외된다.

편입 전형은 대개 12월 중순부터 2월 초 사이에 대학별로 진행된다. 전형 일자만 겹치지 않으면 복수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최대 20여 곳까지 지원할 수도 있다. 그만큼 경쟁률도 치솟는다. 하반기에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가 편입 성패를 가른다. 먼저 목표 학과와 대학을 정하는 것이 급선무다.

한만경 김영편입학원 사장은 “단순하게 상위권대 인기학과로 가겠다고만 생각하면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원하는 학과를 정하고 해당 학과의 대학별 커리큘럼과 인지도 등을 고려해 지원 대학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와 수학처럼 공통적인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한편 전공시험과 면접 등 특화된 평가에도 대비해야 한다.

전공시험이 있다면 전공개론서를 미리 훑어보고, 편입 학원들이 진행하는 전공필기 특강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대학별 기출문제도 미리 풀어보는 것이 좋다.

한국외국어대는 지난해까지 실시했던 면접 전형을 폐지하기로 했다. 단계별 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영어시험과 전 대학 성적만 반영할 예정이다. 영어와 전 대학 성적의 반영 비율이 5 대 1이어서 영어시험이 특히 중요하다.

한양대는 인문계열의 국어시험을 폐지하기로 해서 영어시험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1단계에서 영어와 국어 성적을 절반씩 평가한 뒤 2단계에선 영어, 국어, 전 대학 성적을 종합 평가했다. 2010학년도에 영어와 전 대학 성적을 어떤 비율로 반영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감점제(오답 문항당 점수의 25% 감점)를 없애고 과락제를 도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 능력을 갖춘 학생만 선발하기로 한 것도 특징이다.

2010학년도에 수학시험 실시가 확정된 곳은 광운대 국민대 동국대(서울) 상명대(서울)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성신여대 세종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서울)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다.

한편 금오공대와 서남대, 한국성서대, 한세대 등 일부 대학은 2009학년도 2학기 학사편입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다. 가천의과대는 의료인력 전문학사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전형만 실시할 계획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