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민노총과 구독확장 ‘거래’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1부 보면 월 6000원 돌려줘
경향 “비정규직 기금 마련”… 전문가 “기관지 전락” 우려

경향신문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함께 ‘독자확장캠페인’ 성격의 사업을 1년 넘게 진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경향신문을 구독할 경우 월 구독료 1만5000원 중 40%인 6000원을 매월 민주노총에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기금 형식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만 부가 늘어날 경우 연 7억2000만 원의 기금이 조성된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희망릴레이’라는 이름으로 진행 중인 이 사업은 경향신문 측이 지난해 2월 민주노총에 제안하고 민주노총이 3월 중앙집행위원회 의결로 사업을 승인해 본격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향신문과 민주노총은 이 사업을 통해 얼마의 기금을 조성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약 66만 명이다. 민주노총은 홈페이지에서 “총연맹과 산별연맹에 기금의 20%씩을 배분하고 나머지 60%는 지역본부에 배정한다”며 “단 서울은 총연맹 20%, 산별연맹 40%, 지역본부 40%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언론사가 특정 이념 성향이 강한 단체와 함께 독자 늘리기 사업을 하는 것은 언론사 스스로 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이 사회 각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경향신문이 민주노총의 도움을 받아 독자를 늘린다면 민주노총의 노선이나 정책을 비판하기 어렵고 결국 ‘논조 끼워 팔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홍 단국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각 신문이 이념적 지향성을 가질 수 있지만 저널리즘 측면에서 보면 경향신문은 민주노총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사업이기 때문에 결국 이념적 편향성을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업이 장기화될 경우 경향신문은 민주노총의 기관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사업 담당자인 경향신문 판매국 김주희 차장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향신문과 민주노총은 전적으로 비정규직 차별 철폐 기금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며 “기금도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만 국한해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측은 본보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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