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의원-공무원 ‘뇌물 파티’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공원용지 선정에 억대 왔다갔다

檢, 8개區 23명 적발 기소

市-구청선 고발않고 경징계

도로, 공원, 주차장 등을 조성해 낙후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도시계획사업 과정에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지방의회 의원과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오수)는 서울시 도시계획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전현직 구의원 6명과 서울시 및 구청 공무원 8명 등 23명을 적발해 15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에 비리가 적발된 지역은 종로, 서대문, 성북, 은평, 관악, 금천, 양천, 중랑 등 8개 구에 이른다.

○ 도시계획사업은 복마전?

검찰에 따르면 부동산투기업자들은 공원과 도로 등 도시계획시설 용지를 선정하는 단계부터 지방의회 의원과 브로커 등을 통해 관공서에 금품로비를 했다. 서울 모구청 공무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성모 씨는 2007년 1월 한 빌딩 주차장에서 부동산업자 신모 씨로부터 신 씨 소유의 다세대주택이 공원용지로 수용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성 씨는 선거운동을 도운 인연이 있는 구청장과 신 씨 간의 면담을 주선했고, 신 씨 소유의 다세대주택은 실제로 공원용지로 수용됐다.

정모 씨는 은평구의회 의원이던 2005년 초 부동산업자 이모 씨에게서 자신이 응암동에 땅을 사면 해당 지역을 공원용지로 선정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9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구청 직원으로부터 “정 씨가 선거 때 마을공원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으니 만나서 부탁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 씨를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구청 직원도 조사했으나 돈을 받은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서대문구청 6급 직원 강모 씨는 2005∼2007년 창천동 지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빨리 진행되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L건설에서 5500만 원과 시가 1500만 원 상당의 자동차를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 지자체들은 ‘쉬쉬’

검찰 수사 결과 해당 지자체들은 소속 공무원의 비리를 적발하고도 이 사실이 바깥에 알려질까 봐 쉬쉬하면서 솜방망이 징계로 매듭지으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법인 소유의 임대주택을 불법으로 분양 승인해주고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종로구청 송모 과장 등의 비위는 이미 서울시의 2007년 자체감사 때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하지만 서울시와 종로구청은 해당 공무원들에 대해 감봉 등 가벼운 징계만 하거나 다른 구청으로의 전출 등 인사조치만 한 채 수사기관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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