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 너 다시봤어

  • 입력 2009년 5월 19일 02시 55분


전남 장흥 선학동 등 대규모 조성… 관광객 모으고 친환경 디젤 생산까지

전남 장흥군 회진면 남쪽 바닷가에 자리한 선학동 마을. 이청준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무대이자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촬영된 곳이다.

득량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마을 앞에는 13.2ha에 달하는 유채 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노랑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유채 밭을 보기 위해 지난달에는 관광객과 사진작가 등 1만여 명이 마을을 찾았다. 이달 초 만개한 유채꽃은 지고 지금은 파릇파릇한 줄기에서 유채씨(종자)가 익어가고 있다. 종자는 다음 달 중순 콤바인으로 수확한다. 친환경 바이오디젤 연료로 쓰기 위해서다. 이 마을 최귀홍 이장(53)은 “지난해 처음 22가구에서 유채씨 16t을 수확해 t당 40만 원씩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에 납품했다”며 “유채가 관광상품뿐 아니라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에 무르익는 ‘노란 유전(油田)’의 꿈

선학동 주민들은 2005년 논에 경관사업용으로 유채를 심었다. 원래 보리를 재배하다 정부가 2012년부터 보리를 사들이지 않기로 해 유채를 경작했다. 유채꽃 종자에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것은 2년 전이다. 기름성분이 많은 ‘선망’이라는 유채 종자가 보급되자 경작면적을 배로 늘렸다. 주민 임동민 씨(45)는 “유채는 별다른 병충해가 없고 나물이나 사료 등 쓰임새도 다양해 보리 대체 작목으로 적격”이라며 “보조금도 받고 수확 후 바로 모내기를 하기 때문에 농가 소득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7년부터 바이오디젤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상지는 전남 장흥군과 보성군을 비롯해 전북 부안군, 제주특별자치도 등 4곳으로 면적은 1350ha(여의도의 1.6배)다. 유채꽃을 심은 농가에는 ha당 220만∼240만 원의 보조금이 지급된다.

이들 시범지역에서는 지난해 유채종자 725t을 수확했다. ha당 0.5t 수준이다. 종자는 농협에서 전량 수매해 바이오에너지 생산업체인 ‘M에너지’로 보낸다. M에너지는 지난해 290kL의 유채 기름을 생산했다. M에너지로부터 바이오디젤을 공급받은 국내 정유업체는 경유와 섞어 시판한다. 지금은 경유에다 일정 비율의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넣도록 돼 있다. 올해는 1.5%를 넣고 내년에는 2%로 늘어난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

정부 시범사업 외에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공사에서도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해 유채 재배에 나서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07년부터 유휴 터 10만 m²에 유채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공사 측은 2010년부터 단지를 확대하고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폐기물을 퇴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충남 태안군은 지난해 이원면 이원간척지 내 3750m²에 유채 시범단지를 조성했다. 유채뿐 아니라 해바라기, 대두 등 작물을 심고 바이오디젤 원료 생산 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경남 진주시도 금곡면 일대 4만9500m²에 농촌체험 테마마을 조성사업과 연계한 바이오 디젤용 유채 생산 단지를 조성해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

지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탄소 제로화 운동’이 확산되면서 유채는 바이오디젤 원료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 바이오에너지작물센터는 유채 재배 면적을 재배 가능 지역의 농경지 중 58%, 31만9000ha에 심는다면 연간 51만 kL의 바이오 디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유채 수매가격이 kg당 500원으로 쌀보리수매가(1등급 기준) 800원대에 못 미치지만 앞으로 재배 규모가 커지고 종자 개량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고소득 작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우철 농림수산식품부 과학기술정책과 사무관은 “유채는 가을에 파종하기 때문에 겨울철 노는 논밭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며 “유채 바디오디젤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2012년까지 4만5000ha까지 재배 면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흥=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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