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에 배달된 빨대 1박스 ‘격려’일까 ‘일침’일까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형편없는 빨대 색출’ 공언에 시민이 쪽지와 함께 보내

지난 주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는 빨대가 가득 담긴 큰 상자 하나가 배달됐다. 경북의 한 시민이 보낸 이 상자에는 빨간색 녹색 노란색 등 색색의 빨대 묶음 수십 봉지와 함께 “고생 많으십니다. 수사에 도움되길 바랍니다”라는 쪽지가 들어있었다. 검찰은 이 사실을 공개하는 등 ‘격려’로 받아들였으나 “격려성으로 보기에는 짓궂은 것 아니냐”는 말도 오갔다.

느닷없는 ‘빨대’ 선물이 검찰에 도착한 것은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의 ‘빨대 색출’ 발언 때문인 듯하다.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홍 기획관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9월경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에게 1억 원 상당의 스위스제 명품 시계를 선물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검찰이 만일 그런 사실을 흘렸다면 해당자는 인간적으로 형편없는 사람이며 나쁜 빨대다. 이 빨대를 색출하겠다”고 말했다. ‘빨대’는 은밀한 취재원을 지칭하는 은어다. 당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낸 시점에 이 같은 보도가 나가면서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다’며 비난하는 일이 벌어졌다.

홍 기획관은 10일 “빨대를 (수사팀의) 각 방에 나눠 음료수를 먹는 데 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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