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미완의 퍼즐’ 맞추기… 盧 신병처리 2주 늦어질수도

  • 입력 2009년 5월 7일 02시 57분


‘林의 침묵’ 언제까지…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검찰 총수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입을 굳게 다문 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임채진 검찰총장. 연합뉴스
‘林의 침묵’ 언제까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 검찰 총수의 ‘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입을 굳게 다문 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는 임채진 검찰총장. 연합뉴스
검찰 “100만달러 용처 규명 등 보완수사 불가피”

영장 기각땐 정관계 수사 동력상실도 우려한 듯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재임 중 600만 달러와 1억 원 상당의 스위스제 명품시계 2개를 받은 혐의로 지난달 30일 소환 조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사처벌 수위에 대한 검찰의 결정이 다소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자료 제출→권양숙 여사 재소환→검찰 내 공식 의견 수렴 등 남은 절차를 감안하면 당초 이번 주로 예정된 노 전 대통령의 신병 처리 일정이 길게는 2주가량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관련 보완 수사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수사 대상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속도보다는 정확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홍만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6일 “노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검찰 조사 당시 ‘2007년 6월 박 회장이 대통령 관저에 보낸 100만 달러의 용처를 밝힐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해 그쪽 자료를 받아보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몫으로 건넸다는 100만 달러와 500만 달러, 명품시계 2개 등 모든 의혹을 노 전 대통령이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검찰로서는 노 전 대통령의 반박 근거가 앞뒤가 맞지 않거나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 자료를 많이 모을수록 ‘무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노 전 대통령의 납득할 수 없는 해명들이 구속 필요 사유인 ‘증거 인멸 시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9일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첫 번째 영장실질심사 때 “100만 달러는 정 전 비서관이 아니라 권 여사가 사용한 돈”이라는 확인서를 제출했으며, 이로 인해 정 전 비서관의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제출한 자료를 놓고 공방하는 것보다는 검찰이 미리 자료를 받아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관련 자료를 늦어도 이번 주말까지는 제출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뒤 권 여사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3월 중순부터 본격화된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수사를 무난하게 매듭짓기 위해서는 노 전 대통령 신병 처리를 늦출수록 검찰 입장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당장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거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노 전 대통령 의혹을 제외한 박 회장의 다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 박 회장에게서 6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구속을 면한다면 다른 정치인이나 관료 등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고, 검찰도 노 전 대통령에게 들이댄 잣대를 달리해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현 정권의 실세라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관련 의혹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노 전 대통령을 형사 처벌하면 검찰 수사의 편파 시비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6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등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섰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1주년 등의 미묘한 시기에 노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친노(親盧) 결집’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여권 내 우려도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검찰이 법률적인 잣대 외에 정치적 판단을 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신병 처리를 무한정 늦출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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