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주년’ 시위…하이 서울페스티벌은 엉망

  • 입력 2009년 5월 3일 18시 01분


개막행렬 주말이자 석가탄신일인 2일 저녁 서울하이페스티벌 행사 공연진들이 세종로를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행렬중간마다 간헐적인 촛불시위 1년행사를 마친 시위대들이 방해해 전경들과 엉켜 혼란을 빚었다. [연합]
개막행렬 주말이자 석가탄신일인 2일 저녁 서울하이페스티벌 행사 공연진들이 세종로를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행렬중간마다 간헐적인 촛불시위 1년행사를 마친 시위대들이 방해해 전경들과 엉켜 혼란을 빚었다. [연합]
'촛불집회 1주년'을 맞은 2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집회를 봉쇄하려는 경찰과 시위대간의 충돌이 잇따랐다. 또 일부 시위대의 무대 점거로 '하이서울페스티벌' 봄 축제 개막 행사가 전면 중단됐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가운데 112명이 연행됐다.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와 민생민주국민회의 등을 주축으로 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2일 오후 4시40분경 서울역 광장에서 '용산참사 범국민 추모대회와 촛불 1주년 행동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600여 명(주최측 추산은 3000명)의 참가자들은 "경제위기가 계속돼 실업이 급증하고 사회양극화가 심화하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등 서민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1년 전 촛불 정신을 되새겨 현 정부의 독재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1차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5시50분경 광화문으로 이동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으며 2명이 연행됐다. 시위대가 전경버스를 향해 우산대를 휘두르며 거세게 항의하자 경찰은 이들을 향해 이격용 분사기를 발사하기도 했다.

광화문으로 이동한 시위대는 경찰들의 통제로 청계광장으로의 진입이 쉽지 않자 오후 7시경 태평로에서 때마침 진행 중이던 '하이서울페스티벌'의 개막 길놀이 대열에 난입했다. 퍼레이드카와 취타대 등 길놀이 행렬에 깃발을 들고 구호를 위치는 시위대 700여 명이 섞여 들면서 행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일부 시위대는 퍼레이드 카의 풍선을 손으로 터뜨리고 운전자를 끌어내리려 하는 등 행사를 방해했다.

이어 오후 8시경 시위대 1300여 명은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식전 행사가 진행되고 있던 서울광장 무대를 점거했다. 이들이 깃발을 흔들며 무대를 비워주지 않자 결국 축제를 주관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안호상 대표는 8시 10분경 "9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개막행사를 취소한다"고 공표했다.

서울의 봄 축제를 만끽하게 위해 도심을 찾은 시민들은 축제가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리자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여섯 살 아이를 데리고 온 김문수 씨(43)는 "행사를 구경하러 왔는데 시위대가 이를 망쳐버렸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산에서 남편, 아이와 함께 올라왔다는 정모 씨(38)도 "너무 짜증이 난 하루였다"며 "행사 구경을 제대로 못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하이서울페스티벌 행사가 취소되자 "현장에 남아 있는 사람은 불법 시위대로 간주하겠다"라며 일반 시민의 귀가를 유도한 뒤 본격적인 진압작전을 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이는 등 크고 작은 충돌로 6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남아있던 시위대 700여 명은 오후 9시경 명동 밀리오레 부근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 보도블록 조각을 던지며 '투석전'을 벌이는 등 시위를 계속하다 오후 11시40분경 해산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42명을 연행했다. 이날 연행된 112명의 시위 참가자는 현재 서울 시내 11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불법 집회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경찰은 이날 161개 중대 1만3000여 명의 경찰력을 서울역과 서울광장, 청계광장 등 주요 집회 장소에 배치해 집회를 봉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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