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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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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사진)가 2004년 12월경에도 국세청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무현 정부 시절 노 씨가 ‘힘없는 촌로(村老)’가 아닌 ‘봉하대군’으로 막후 실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세청장 인사 개입 사실은 24일 예기치 않게 공개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1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노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사실 노 씨는 박 전 수석비서관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2004년 12월 박 전 수석에게 백화점 상품권 1억 원어치를 건넨 것은 자신의 사돈인 김정복 씨(당시 중부지방국세청장)가 차기 국세청장이 되도록 힘써달라는 취지였다고 기소했고, 박 전 수석은 “청탁의 대가가 아니다”라고 맞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판장도 다소 의아한 듯 노 씨를 증인으로 부르려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검사는 곧바로 “박 전 수석의 상품권 수수가 그의 직무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다”라며 말을 꺼냈다. 이어 “노 씨도 노 전 대통령을 찾아가 김정복 씨에 대한 인사 청탁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노 씨의 증언을 통해 당시 김 씨를 국세청장으로 미는 인사 청탁이 벌어지고 있었고, 박 전 수석도 비슷한 맥락에서 상품권을 받았다는 논리다.
세무공무원 출신인 노 씨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세청 고위직 인사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내각 인선 작업이 진행되던 2003년 2월 노 씨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곽진업 씨(당시 국세청 차장)가 동생과 동향이라는 이유로 국세청장 후보에서 배제된다면 오히려 역차별이다. 동생에게도 이 같은 얘기를 전했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노 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김정복 씨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내가 세무공무원을 해봐서 사람을 잘 안다”며 나중에 박 회장과 사돈이 되는 김 씨를 일찌감치 치켜세웠다. 그러나 2005년 2월 국세청장 인선에서 김 씨는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 회장과 사돈이라는 점이 결정적 하자로 꼽혀 배제됐고, 이주성 전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내정됐다. 김 씨는 그 대신 국가보훈처 차장을 거쳐 국가보훈처장까지 지냈다.
노 씨의 국세청 인사 개입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모 씨는 올해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 노 씨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정상곤 부산지방국세청장에 대한 인사 청탁을 한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