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항 15시간 정박 ‘美 레전드호’ 둘러보니…

  • 입력 2009년 4월 24일 07시 25분


배안에 극장-암벽등산시설까지

내년엔 20차례 이상 부산항에 모항 취항 관광 수입 효과 클듯

22일 오전 6시 40분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제크루즈터미널. 길이 264m, 11층 건물 높이에 7만 t급의 거대한 호화 크루즈선인 미국 로열캐리비언 인터내셔널(RCI) 소속 레전드호가 서서히 부산항에 정박했다. 예정시간보다 40분 늦게 입항한 레전드호가 닻을 내리자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산시, 부산항만공사(BPA), 출입국관리사무소, 세관, 경찰, 부산관광협회, 부산은행, 국내여행사 관계자 등 100여 명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이날 오전 8시 20분 사물놀이와 농악 등으로 구성된 부산시의 환영행사가 끝난 뒤 1640명의 탑승객은 입국수속을 끝내고 배에서 내려 부산 관광에 나섰다. 이미 밖에는 50여 대의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선상에서 신청한 대로 1코스(불국사, 천마총, 용두산, 자갈치시장)와 2코스(용두산, 자갈치시장, 문화회관 공연), 3코스(범어사, 용두산, 자갈치시장), 4코스(누리마루, 해동용궁사, 용두산, 자갈치시장) 등으로 나뉘어 오전 10시 반까지 모두 출발했다. 한국에 처음 왔다는 중국인 셰진쿤(謝錦昆·73) 샤슈란(夏秀蘭·60) 부부는 “결혼 35주년 기념관광차 한국에 들렀는데 무척 활기찬 나라인 것 같고, 부산은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호화 크루즈선이 머문 영도에는 이른 아침부터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희망’이 엿보였다. 이날 관광객들이 현장에 설치된 부산은행의 이동점포를 통해 환전한 돈만 3만 달러(약 3900만 원)였다. 레전드호가 15시간 정도 머물면서 탑승객들이 부산에서 사용한 돈은 통상 1인 기준 500달러 정도임을 감안할 때 10억 원은 넘을 것으로 부산시는 추산했다.

탑승객이 내린 뒤 부산시와 BPA 관계자, 기자 등이 방문한 레전드호의 내부는 6성급 호텔 수준답게 탑승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암벽등산시설을 비롯해 미니어처 골프코스, 4개의 월풀, 극장, 쇼핑센터, 어린이를 위한 엔터테인먼트시설과 휴식시설 등이 곳곳에 있었다. 선내 모든 안내판에 한글이 적혀 있었고, 한국인 승무원이 배치되고 한글 신문은 물론 김치, 불고기와 같은 메뉴도 준비해 한국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전체 승무원은 738명.

BPA 노기태 사장은 레전드호 선상에서 켈빈 탄 RCI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이사를 만나 내년 스케줄에 대해 논의하고 레전드호가 내년에 부산항을 20차례 이상 모항(母港)으로 찾을 것이란 계획을 확인했다. 그동안 부산항에 기항만 했지만 모항으로 삼을 경우 부산항에서 관광객이 타고 내리는 것은 물론 숙박도 가능해 관광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BPA는 다음 달 부산시와 공동으로 부산항 크루즈산업에 대한 용역을 하는 한편 6월에는 미국 마이애미 등 크루즈 선사 본사를 방문해 타깃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노 사장은 “국제 크루즈선의 부산항 기항에 불편이 없도록 각종 지원뿐만 아니라 관광 상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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