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저세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없애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 ‘동반자살 심리’ 전문가 분석

최근 강원도에서 잇따르고 있는 동반자살 사건은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단지 ‘자살’이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인터넷에서 만나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으로 가 함께 자살을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전문가들은 혼자서 죽는 것은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하는 반면 여러 사람이 함께 죽는다고 하면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자살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반자살을 연구하는 김정진 나사렛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혼자 자살을 시도할 경우엔 자살 실패와 실패 뒤 고통에 대한 두려움, 또 죽음 이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쉽게 시도하지 못한다”며 “하지만 동반자살은 현실을 비관하는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공감을 얻고 저세상에 함께 간다는 동질감이 생기면서 자살하는 데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동반자살이 늘어나는 이유는 일단 온라인 문화의 특성인 익명성을 통해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손쉽게 맺어지면서 뜻을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포털 사이트에서는 자살 관련 사이트가 검색되지 않아 표면적으로는 근절돼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음성적인 루트로 자살 공모를 인터넷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명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장은 “현재 인터넷 카페들의 게시판은 모니터링으로 동반자살을 위한 공모 등을 막을 수 있지만 소규모 카페 등에서 오고가는 ‘일대일 쪽지’는 모니터링이 불가능해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심지어 자살 예방 관련 사이트에서도 동반자살을 공모하는 내용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대책과 관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동반자살이 증가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감정이 불안정한 사람일수록 감정의 전이가 잘된다는 점을 꼽고 있다. 다른 사람이 우울하거나 자살을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그 감정을 따라서 우울하게 되고, 자살을 쉽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심한 무기력증에 빠지거나 우울하다가 기분이 좋아지는 증상을 반복하거나 폭식을 하거나 아예 먹지 않는 등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일수록 감정의 전이가 높다”며 “심한 감정의 기복이나 우울 증상 등을 보일 때는 가족이나 주변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동반자살에서 공통적으로 연탄이 이용된 것은 지난해 9월 8일 연탄가스 중독으로 숨진 탤런트 안재환 씨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이홍식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 연탄가스 흡입은 일종의 질식사이므로 굉장히 고통스러운 것인데도 연탄가스를 이용하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는 잘못된 편견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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