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시작, ‘교육비테크’… 스톱, 묻지마 지출!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6분


《불황이지만 교육비까지 줄이는 가정은 의외로 많지 않다. 자녀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 국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교육비를 쓰는 데도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부모의 경제력이 모자라 자녀가 꿈을 포기하는 일도 안타깝지만, 자녀의 교육비를 대느라 정작 부모가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도 안 되기 때문이다. 허리띠 졸라매며 사교육비를 지원해 명문대에 보낸 아들이 어느 날 부모에게 등을 돌리면 부모가 느끼는 배신감과 절망감은 그만큼 높아만 간다. 교육비 장기 플랜, 어떻게 짜야 할까. 동아일보 신나는공부와 진로컨설팅 전문업체인 와이즈멘토가 자녀의 학업진로에 따른 교육비를 구체적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교육비 지출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이른바 ‘교육비테크’ 노하우를 제시한다.》

공립 초중고∼국내 4년제 국립대학 → 최저 6000만 원대… 사립 초등∼국제중∼특목고∼ 아이비리그 유학 → 6억 원대

천정부지 교육비… 무작정 남을 따라하다간 교육-노후 모두 ‘적자’

○ 교육비, 만만하게 보지 말라

자녀 1인당 교육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사교육비를 포함한 교육비는 자녀의 진로와 가정의 소득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그래픽 참조). ‘사립초교-국제중-특목고-해외 유학’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밟느냐, ‘공립초교-공립중-공립고-국내 4년제 대학’으로 연결되는 코스를 밟느냐에 따라 다르다. 또 사교육을 얼마나 시키느냐에 따라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한 가정이 쏟아 붓는 교육비는 최저 6000만 원대에서 최대 6억 원대까지 10배의 차이가 날 수 있다. 이는 통계청의 ‘2008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근거한 것. 전국 평균이니만큼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는 더 많은 교육비가 들 수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보자. 한 초등학생이 8∼10개 학원을 다니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친구를 만나려면 학원으로 가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수행평가에서 점수를 깎일까 조바심이 나서 음악, 미술, 체육 과외까지 시키는 학부모도 늘었다.

대학등록금도 무섭게 오른다. 등록금 인상률은 연 7∼9%. 연간 물가상승률(3∼4%)의 두세 배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는 2021학년도에는 연간 대학 등록금이 국립대의 경우 1278만 원, 사립대는 1633만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그래픽 참조). 부모의 수입이 가장 높은 건 대체로 자녀가 중고교생일 때이지만, 학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건 자녀가 대학생일 때다. 결국 미리 저축을 해두지 않으면 자녀의 대학 입학 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얘기.

여기에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라도 다녀오면 1년에 자녀의 총교육비는 2000만 원이 넘게 들어간다. 가장 싸게 다녀올 수 있는 어학연수인 공립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연간 최소 1000만 원은 든다.

이제는 자녀의 대학졸업으로 끝이 아닐 수도 있다. 대졸 실업자가 많아지면서 요즘 학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은 20∼30%에 이른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의학전문대학원이라도 진학한다면 졸업까지 1억 원이 넘게 든다.

금융계열, 공학계열을 희망하는 학생 사이에는 미국 유학이 대세다. 미국 주립대나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면 4년 동안 2억∼4억 원이 들어간다. 미국에서 경영대학원(MBA)까지 마친다면 여기에 다시 2억 원 이상을 추가해야 한다. 이 정도 되면 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총 10억 원에 이른다.

○ 현명한 교육비테크란?

교육비테크 없이 무작정 남들 하듯 따라하다 보면 ‘노후대비’와 ‘자녀교육’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가능성이 높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해 직장을 찾을 때까지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비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교육비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장기적인 자녀의 진로를 결정한 뒤, 단기적인 자녀의 공교육 및 사교육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이렇게 역순으로 교육계획을 세우면 교육비가 줄어든다. 아이의 교육방향에 들어맞는 것에만 교육비를 투입할 수 있기 때문. 부모가 줏대를 갖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교육비, 얼마나 써야 할까? 자녀수에 관계없이 자녀에 들어가는 모든 교육비를 합해 월 소득의 20%를 넘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교육비가 월 소득의 20%를 넘어선다면 자녀가 받는 사교육이 진로에 꼭 필요한 것인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사교육비는 우선순위를 정해 맨 마지막 순위부터 줄여나간다.

일간지 교육 섹션,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발 빠르게 교육정보를 수집하면 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 대학마다 다양한 입시전형을 실시하는 요즘에는 ‘부모의 정보력이 아이의 장래를 결정한다’는 말이 돌 정도로 정보력이 중요해졌다. 단, 엄마들 사이에 돌고 있는 ‘이것도 해야 되고, 저것도 해야 된다더라’는 정보는 가려서 들어야 한다.

자녀가 원하는 교육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줄 경제력이 없다면 자녀에게 “우리 가정 형편에 얼마 이상의 교육비 투자는 어렵다”고 분명하게 말해주는 편이 낫다. 그렇지 않으면 자녀는 형편에 맞지 않는 학교와 학원을 두루 섭렵하는 것도 모자라, 30대가 넘어서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캥거루족’이 될지 모른다. 차라리 자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어려서부터 학습지 등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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