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500만 달러’ 종착지, 노 전대통령으로 드러나나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2분


檢, 연철호씨 투자회사 상당 지분 노건호씨 소유 확인

“애초 盧-박연차 합의후 정상문에 실무 맡기고

연철호-건호씨 내세워 돈 받게 한 것 아닌지…”

檢, 실소유주로 盧 의심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송금한 500만 달러가 투자된 회사의 지분 상당 부분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가 소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500만 달러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본보 13일자 A1면 참조
▶ 檢 “500만달러 투자社 노건호 지분 확인”

▽500만 달러, 노건호 씨 지분 회사에 투자=검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는 지난해 1월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해외 창업투자회사인 ‘타나도 인베스트먼트’를 세웠고 한 달 뒤 이 법인의 홍콩 계좌로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송금 받았다. 이 회사에 500만 달러 외에 다른 투자금은 없었다. 연 씨 측은 500만 달러 중 200만 달러를 미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지의 회사에 투자하고 230만 달러를 계좌에 남겨뒀다고 했다.

그는 돈의 상당액을 버진아일랜드에 주소지를 둔 ‘엘리쉬앤파트너스’사에 투자했는데, 검찰은 건호 씨가 엘리쉬앤파트너스사 지분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연 씨가 지난해 4월 자본금 5000만 원을 들여 서울에 설립한 ‘엘리쉬 인베스트먼트’는 엘리쉬앤파트너스사의 국내사무소 격. 그러나 경영자문 컨설팅업체인 이 회사는 전화번호도 없고 직원은 연 씨를 포함해 두 명이며 금융위원회에 투자자문업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이 같은 사실에 비춰볼 때에 타나도 인베스트먼트사는 박 회장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건네받아 다른 쪽으로 분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고 엘리쉬앤파트너스사야말로 사실상의 지주회사 또는 모회사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사무소 격으로 엘리쉬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것이 이를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여하튼 500만 달러의 일부가 재투자된 회사의 지분을 건호 씨가 갖고 있다는 점은 5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500만 달러 일부는 노건호 씨 몫?=검찰은 애초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이 ‘큰 그림’에 합의한 뒤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실무를 담당하게 하고 연 씨와 건호 씨를 내세워 돈을 받게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과 사전 협의하고 돈을 건넸다는 박 회장의 최초 진술이 있기 때문이다. 500만 달러 중 일부를 건호 씨 몫으로 정해놓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술이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검찰의 의구심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 같다.

엘리쉬앤파트너스의 건호 씨 지분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검찰 안팎에서는 500만 달러가 모두 노 전 대통령의 몫이었고, 엘리쉬앤파트너스사의 건호 씨 지분은 ‘돈을 연 씨 마음대로 굴릴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한 연 씨가 벌인 사업을 실제로는 건호 씨가 주도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에 건호 씨 몫으로 지분을 주게 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물론 건호 씨의 엘리쉬앤파트너스사 지분이 노 전 대통령과 전혀 무관한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연 씨가 장인인 노건평 씨나 노 전 대통령을 거치지 않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회장의 투자를 유치한 것을 모두 연 씨의 기획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 씨가 박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건호 씨가 동행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건호 씨가 연 씨의 사업을 도운 정황으로 볼 수 있고 건호 씨 지분은 건호 씨가 기여한 몫을 보전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재소환된 연 씨 변호인도 “건호 씨가 엘리쉬앤파트너스사의 지분을 한때 소유했던 것은 맞지만 500만 달러는 건호 씨와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렇게 보려면 박 회장과 연 씨 간의 투자 관계가 투명하게 이해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투자계약서에 박 회장 서명 없어=연 씨는 13일 박 회장에게서 500만 달러를 투자받기 전 만들었던 계약서 초안을 검찰에 제출했지만 계약서 초안에는 박 회장의 자필 서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 씨 변호인은 “연 씨가 당시 계약서 초안을 박 회장에게 보냈는데 ‘우리 사이에 이런 걸 지금 쓸 필요가 있나’라며 사인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혹을 풀기 위해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13일에도 “건호 씨는 참고인이다. 현재로선 신분이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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