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5년내 세계 톱10 고교 ‘큰별’ 자신있다”

  • 입력 2009년 4월 14일 03시 01분


개교 5년 용인외고 ‘글로벌 인재 요람’으로 일취월장

《한국외국어대부속외고(이하 ‘용인외고’). 개교 5년밖에 안 된 이 학교가 개교 첫 해부터 기염을 토했다. 처음 배출한 국제반 졸업생 94명 전원이 해외 유수의 대학에 진학. 같은 해 미국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등 이른바 ‘아이비리그’ 대학의 문도 13명이 뚫었다. 올해 이 학교 국내반 졸업생 235명 중 80.8%인 190명이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에 합격했다. 용인외고의 놀라운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매주 영어에세이… 90%가 동아리 활동… 방학땐 해외봉사

국제반 첫 졸업생 전원 외국명문대합격 신기록

○ 물리 실험과 체력 단련, 용인외고 고3의 오후

3학년 이정재 군(17)의 하루는 여느 고 3들과 다르다. 목요일이던 9일 이 군의 오후를 쫓아가보자. 오후 5시 20분 정규수업이 끝나자 과학실로 향했다. 이 군은 물리 동아리 ‘QED’(‘Question Every Detail’의 약자로 ‘모든 상황에 의문을 가지라’는 의미)의 회장이다. 오늘 실험은 ‘카에 이펙트(kaye effect)’. 점성과 탄성을 모두 지닌 샴푸와 같은 액체를 바닥에 붓다 보면 특정 조건 아래서 공이 튀어 오르듯 튀어 오르는 현상이다. 이 군은 깔때기를 통해 샴푸를 천천히 부었다. 수차례 실패 끝에 드디어 샴푸가 아치 모양으로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르는 모습을 관찰했다. 김 군은 어떤 물리적 근거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두고 부원 9명과 토론했다.

오후 6시 40분, ‘ET’(Elective Tracks·방과 후 수업)가 시작됐다. 친구들은 교실로 갔지만 이 군은 기숙사에 있는 체력단련실을 찾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태권도부 친구들과 아이스크림 내기 닭싸움을 했다.

운동 후 이 군은 전자회로 제작 동아리 ‘엡실론(epsilon)’ 소속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요즘 기발한 회로를 고안 중이다. 새벽 2시에 생활지도교사가 기숙사 복도의 전등을 끄면 방안에서 이를 즉시 감지할 수 있는 암흑 감지 전자회로의 설계를 마친 상태. 복도의 불을 끈 지도교사가 방문 밑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방들을 지목해 ‘공부를 더 하지 말고 의무적으로 취침할 것’을 지시하기에 이 순간을 지혜롭게(?) 넘겨 계속 공부하기 위해 발명한 회로라고 이 군은 귀띔했다.

오후 8시 40분부터 11시 20분까지 진행되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왔다. 노트북으로 학교 홈페이지의 ‘writing-on-line’ 센터에 접속. 지난 주 일요일 ‘어린 시절 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경험’이란 주제로 쓴 영어 에세이에 대한 첨삭이 사이트에 올라왔다. 이 군은 혼자 놀기 좋아하고 수줍었던 다섯 살 때 한 연극무대에 사회자의 요청으로 올라가 노래를 부른 뒤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던 극적 경험에 대해 썼다. 첨삭된 글에는 몇 가지 문법적인 오류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고, ‘어떻게 해서 무대에 오르게 됐는지에 대해 비약이 있다’는 코멘트가 달렸다. 이 군은 수정한 에세이를 다시 첨삭 센터에 올렸다.

○ 120개 동아리 활동, 방학 땐 해외로

용인외고 학생의 90% 이상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다. 참여는 자율이지만 2, 3개씩 활동하는 학생도 많다. 경제경영, 국제기구 활동, 뮤지컬, 창업, 토론, 환경, 심리학, 종교 등 40여개 부문에 120개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올해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를 비롯해 미국의 하버드대, 예일대, 다트머스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버클리대,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런던 정경대에 모두 합격한 김푸른샘 양(19)의 다양한 활동도 이런 바탕에서 이뤄졌다. 김 양은 어머니와 함께 공부방에 저소득층 아이 50여 명을 모아놓고 수학을 가르쳤고, 고 1때는 장애우 권익문제 연구소에서 인턴을 했다.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용인외고생과 함께 하는 신나는 영어교실’은 인근 왕산초교, 포곡초교, 둔전초교, 모현초교, 능원초교, 둔전제일초교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동아리다. ‘에듀잉(Eduing)’ 동아리에서는 100여 명의 학생들이 인근 포곡 도서관에서 초등생을 대상으로 영어동화 구연, 영어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방학이면 학생들은 세계로 눈을 돌린다. 1학년 학생들은 전공어 국가나 평소 관심 있던 아프리카, 네팔, 터키, 동유럽권,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지의 문화권 방문 프로그램을 선택해 7∼14일 간 탐방한다.

○ 에세이로 외국대학을 공략한다

올해 졸업한 A 군(이름 밝히기를 고사함)은 ‘감동 에세이’로 미국 애머스트대 철학과에 합격했다. A 군은 고교 3년 동안 한번도 학원에 다닌 적이 없었다. 방학이면 부모가 운영하는 속옷가게에서 일손을 도와야했다. A 군은 이 경험을 토대로‘부모님 가게에서 인턴을 했다’는 내용의 에세이를 썼다. 가게에서 일하면서 느낀 생각과 체험에 대해 솔직하게 쓴 것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전교생은 매주 한 편의 영어에세이를 쓰고 ‘writing-on-line 센터’에 제출한다. 주제는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문학 등 분야 중 일상생활과 연관 있는 것으로 제시한다. 제출한 에세이는 미국 대학의 교수와 연구진에게 온라인으로 직접 첨삭을 받는다.

○ 70개 방과후수업을 선택해 듣는다

내신과 수능은 방과후교육과정인 ‘ET’로 잡는다. 수준별 교과와 특기적성, 주말 프로그램으로 세분화되어 매학기 70여개 강좌가 개설되며 대부분의 학생이 참여한다. 월∼목요일 오후 6시 40분부터 90분간 진행되며 비용은 전액 학교에서 부담한다.

용인외고 ET의 장점은 선택의 폭이 넓다는 데 있다. 국어수업은 ‘언어영역 기본 개념 정리 및 실전연습’, ‘문학, 그 앞에 당당히 서다’, ‘언어영역의 기본’, ‘수능 언어의 기본’ 등 4개 반으로 이뤄진다. 수학은 ‘수학 심화반’, ‘수학Ⅰ 발전반’, ‘수학Ⅰ 심화반’, ‘수능특강(가, 나형)’이 개설됐다.

강경래 입학관리부장은 “용인외고 교사진이 직접 수업을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의 성적관리에 도움이 되고 사교육을 학교에서 흡수해 학부모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학교 특기적성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텝스, 토플은 물론 DELF(프랑스어공인인증시험), JLPT(일본어능력시험), HSK(중국한어수평고시), ZD(독일어시험), DELE(스페인어능력시험)을 배울 수 있다.

경기 용인=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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