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위해 몸매 검사” 연예인 지망생 성추행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10분


“성접대를 위해 신체검사를 하겠다”며 연예인 지망생을 성추행한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성접대 강요를 못 이겨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탤런트 장자연 씨 사건이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나온 이번 판결은 ‘스타로서의 성공’을 미끼로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삼은 범죄에 대한 법원의 엄벌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2007년 서울 강남구에 연예기획사 L사를 차린 조모 씨(40)는 자신을 찾아온 연예인 지망생 정모 씨(19) 등을 자신의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도록 했다. 조 씨는 배우를 꿈꾸는 정 씨 등에게 연습실에서 몸매 검사가 필요하다며 옷을 벗긴 뒤 상습적으로 추행했다. 또 “감독이나 PD들이 술자리를 함께할 때 너를 만져보기 때문에 그전에 촉감이 어떤지 내가 만져봐야 한다”며 온몸을 만지기도 했다. 이것도 모자라 “잘 키워주겠다”며 숙소에서 성관계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면 전속계약을 맺지 않겠다고 협박해 이들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씨는 법정에서 피해자들과 연인관계로 합의 아래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부장판사 배기열)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일관되고 조 씨가 연예기획사 대표라는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추행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업무상 위계(속임수)에 의한 청소년 추행 혐의 등으로 조 씨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면 연예인으로서 성공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스스로 수차례 성관계에 응한 점이 인정된다”며 피감독자의 간음 등의 혐의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배 부장판사는 “연예기획사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는 양측의 주장이 워낙 달라 유죄 입증이 어려운 데다 외부에 알려지는 걸 우려해 합의로 끝낼 때가 많아 실제로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큰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성폭력 전담재판부에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연예기획사 성범죄 사건은 조 씨 사건을 포함해 2건뿐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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