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3>장애에 대한 인식전환이 먼저

  • 입력 2009년 4월 9일 03시 10분


장애, 남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 될수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장애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최근 초등학교 교사 친구 몇 명에게 “초등학교 1, 2학년 교실 청소를 장애인들에게 맡기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학부모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방과 후 교실 청소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장애인을 고용하면 일자리도 창출되고 엄마들도 편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교사 친구들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장애인은 관리 감독하기 힘들고 주변의 시선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복지부 공무원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접어야 했다.

40대 직장인 김모 씨는 4년 전 운동하다가 부상을 당해 장애인이 됐다. 김 씨는 그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을 그저 ‘불쌍한 존재’로만 여겼다. 김 씨는 “막상 장애인이 되고 보니 장애인이 얼마나 많은 차별을 당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며 “장애인을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비뚤어진 시선이 아프다”고 말했다.

○ 후천적 장애가 대부분

비장애인의 상당수는 장애를 남의 이야기로 생각한다. 심지어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배려’를 사회적 낭비로 여기기도 한다. 김 씨 사례처럼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복지부가 장애인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선천적 원인으로 장애가 된 사례는 전체의 4.9%에 불과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장애(4.6%)와 출산 시 문제로 생긴 장애(0.5%)를 합쳐도 ‘불가항력’으로 장애인이 된 비율은 10%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장애인의 55.6%는 질병, 34.4%는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 장애인 10명 가운데 9명은 후천적으로 장애가 된 것이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국가에 등록된 장애인은 213만7226명이다. 이 가운데 192만3500여 명은 예기치 못한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은 것이다.

○ 장애인 편견 여전

복지부 조사에서 장애인의 79.7%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많다”고 답했다. 차별이 없다는 응답은 5.4%에 불과했다.

차별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보험을 계약할 때가 가장 많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되지 않거나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것이다. 전체 장애인의 절반이 넘는 55.6%는 이런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두 번째로 차별이 많은 영역은 학교였다. 또래 학생들로부터 차별을 받았다는 장애인이 절반에 가까운 48.9%였다. 취업 과정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응답자도 35%나 됐다.

3월 복지부가 성인남녀 509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비장애인의 40.1%는 ‘장애인은 아이와 같다’고 답했다. 41.9%는 ‘장애인에게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 32.5%는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쉽게 화를 낸다’, 52.6%는 ‘장애인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 장애인 체험 프로그램 활발

다행히 장애인 체험을 통해 장애인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국립재활원에서 실시하는 장애체험교육이다. 1994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까지 3만7000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해까지는 매년 3500명 내외를 모집했지만 올해는 4000명으로 정원을 늘려 잡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거나 시각장애인이 돼 거리를 다녀본 사람들은 “장애인이 얼마나 불편한지,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느꼈다”는 소감을 남겼다.

경기 부천시 상일동사무소에 근무하는 김은주 씨(33)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나 후천적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장애인의 편에 서서 이해하려는 ‘건강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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