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다문 추부길, 혼자 짊어지고 가나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제2청탁 여부 함구… 檢, 통화기록 분석 성과 없어

지난해 7∼11월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달 23일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이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2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한 뒤 추 전 비서관이 누구에게 제2의 청탁을 했는지 밝혀내기 위해 보강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추 전 비서관이 혼자서 십자가를 메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동안 ‘2억 원이라는 거액을 받고도 현 정부의 유력 인사에게 전화 한 통 걸지 않았겠느냐’ ‘추 전 비서관이 체포되기 직전 세무조사 당시 국세청장이던 한상률 씨가 왜 출국을 했느냐’라는 등의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추 전 비서관은 박연차 회장의 자금관리인인 정모 계열사 사장을 통해 박 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무조사로 궁지에 몰렸던 박 회장으로서는 1990년대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홍보업무를 맡아 ‘이상득계’로 알려진 추 전 비서관이 정권의 실력자인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추 전 비서관이 누구에게 박 회장의 청탁을 전달했느냐는 경우에 따라 현 여권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은 추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지난해 9월을 전후해 통화를 한 기록을 낱낱이 분석해 왔다. 그 과정에서 추 전 비서관이 국세청 핵심 인사, 현 정권의 유력 인사와 휴대전화로 통화한 기록 등을 발견하고 이것이 박 회장의 청탁을 전달하기 위한 것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추 전 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여권의 한 핵심인사도 “아마 몇 차례 통화는 한 것 같지만 안부 전화 수준이었다. 세무조사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통화기록 조회는 A 씨와 B 씨가 통화한 적이 있다는 것은 파악할 수 있지만, 실제 통화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통화 내용은 당사자들이 자백하거나, 대화 내용이 별도로 녹음된 경우가 아니면 알 수가 없다.

추 전 비서관 또한 구속된 이후 자신이 누구에게 청탁을 했는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 전 비서관은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에도 영장실질심사를 아예 포기하는 등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 주변에서도 ‘사실 여부를 떠나 수사가 권력 주변으로 확대되는 건 좋지 않다’는 권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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