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주남저수지를 갉아먹고 있나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냉장고가 둥둥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동읍 동판저수지를 찾은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감병만 부장이 유수지에 버려진 폐냉장고 등을 가리키고 있다. 주남저수지 일원이 불법 매립과 쓰레기 투기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냉장고가 둥둥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동읍 동판저수지를 찾은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감병만 부장이 유수지에 버려진 폐냉장고 등을 가리키고 있다. 주남저수지 일원이 불법 매립과 쓰레기 투기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불법매립-무허가건축물 ‘야금야금’… 철새도래지 훼손 ‘신음’

“일부 농민들 농경지 확장하려

나무 잘라내고 갈대숲 불태워

탐방시설 무분별 신축도 문제”

‘제10차 람사르총회’(2008년 10월 27일∼11월 4일) 공식 방문지이자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설물 과잉 설치 논란에 이어 유수지 불법 매립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주남저수지는 지난해 35만6700여 명이 다녀간 생태관광 명소다.

○ “유수지 훼손 막아야”

26일 왕버들과 수양버들이 물속에 우거져 숲을 이루면서 아늑한 느낌을 주는 주남저수지 인근 동판저수지. 철새들이 먹이를 구하기 위해 또는 은신처로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을 둘러본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감병만 부장은 “농경지를 넓히거나 구조물을 세우면서 불법 훼손이 곳곳에서 진행됐고, 사람이 다니는 길을 만들기 위해 물길을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유수지를 메워 도로를 내면 물길이 막혀 물이 썩고, ‘죽은 공간’에는 새들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 동판저수지의 ‘속살’은 상처투성이였다. 환경단체가 “농지조성 목적의 방화”라고 주장하는 화재 흔적은 물론 나무를 잘라 내거나 매립한 흔적이 곳곳에서 관찰됐다. 냉장고와 폐자재, 농약병, 스티로폼 등이 수양버들 사이에 수도 없이 버려져 있었다. 구덩이를 파고 쓰레기를 묻은 곳도 많았다.

평소 물에 잠기지 않는 주남저수지 일원의 유수지는 수십 년 전부터 농민들이 단감나무를 심거나 시설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관리청인 한국농어촌공사 창원지사와 임대차 계약을 한 농지는 1274필지 179만 m²이며 연간 임대료는 1억2000만 원.

문제는 농민들이 불법으로 농지를 확장하거나 무허가 건축물을 짓는 것. 환경단체들은 “람사르총회 이후 환경부 장관과 경남도지사가 체계적인 관리와 보전을 약속한 습지에서 불법 매립과 훼손이 진행되고 있다”며 “최근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잘려 나가고 갈대숲도 불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농어촌공사 창원지사는 “오랜 기간 조금씩 확장하다 보니 면적이 넓어졌다”며 “4월 말까지 주남과 산남, 동판저수지 일원의 불법 매립 및 도로포장, 무허가 구조물 현황 등을 환경단체와 철저하게 조사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 ‘철새들의 놀이’ 방해 논란

유수지 훼손뿐 아니라 주남저수지 주변에 잇따라 들어서는 건축물의 ‘유해성’을 둘러싼 공방도 뜨겁다.

창원시는 지난해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생태탐방시설을 구축한다며 76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992m²의 람사르문화관을 지었고 주남저수지 제방 중간에 있던 전망대도 규모를 키워 신축했다. 저수지 제방을 황토로 포장했고 목교(木橋)와 솟대공원도 조성했다.

창원시는 또 186억 원을 들여 저수지 인근 다호리에 2011년까지 ‘습지문화관’을 세울 계획이다.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건물을 계속 지어 철새를 쫓아내지 말고 습지문화관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창원시는 “람사르문화관과는 기능이 다른 체험학습 중심의 습지학습원을 짓겠다”고 한발 물러섰으나 마찰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주남저수지::

과거 낙동강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 배후습지.

1920년대부터 주변에 농경지가 생기면서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 조절을 위해 9km의 둑을 쌓아 만들었다. 주남저수지(285만 m²)와 바로 옆 산남저수지(75만 m²), 그리고 동판저수지(242만 m²)가 연결돼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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