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재미교포 부부 “한동대의 국제화 노력보고 기부 결심”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30억 내놓고 30분 둘러본뒤 떠나

“학교 어느 곳에도 저에 관한 흔적은 남기지 말아주세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동대에 2일 200만 달러(약 30억 원)가 입금됐다.

돈을 보낸 사람은 미국에 사는 70대 교포 부부. 이 부부는 장학금을 송금한 뒤 5일 택시를 타고 한동대를 찾아 30분가량 둘러보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대학 비서실 관계자는 “얼마 전에 200만 달러를 기부하려고 한다는 전화가 와서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종종 장학금 기부 뜻을 밝히는 전화가 오지만 흐지부지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지난 몇 년 동안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한동대가 지방의 한쪽 구석에 있으면서도 국제적인 학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기부를 생각했다고 한다.

장학금을 송금하기에 앞서 한국을 찾았던 이 부부는 김영길 총장(71)과 잠시 차 한 잔을 했다. 이 자리에서 부부는 김 총장에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이 돈을 국제적인 인재 배출에 써 달라는 것과 자신에 대해서는 어떠한 내용도 알리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한동대 측은 기부자의 뜻에 따라 이 장학금을 ‘한동대 글로벌 리더 장학기금’과 ‘국제개발협력을 위한 인재양성’에 사용할 계획이다.

김 총장은 “미국 어느 주에 사는지도 말씀하시지 않았을 정도로 자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며 “세계를 변화시키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데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1995년 개교한 한동대는 3400여 명이 재학 중이며, 특히 국제화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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