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이로로… 이로카…경남도, 브랜드 남발

  • 입력 2009년 3월 5일 06시 48분


‘이로로(IRRORO)’, ‘이로카(IROKA)’, ‘아임그린(I´m Green)’, ‘경남QC’.

발음도 쉽지 않고 의미 파악도 어려운 이들의 정체. 출생 시기와 역할만 약간 다를 뿐 모두 경남도가 만든 브랜드다.

이로카(色香)는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이란 의미가 담긴 일본말이라고 한다. 2005년 서울의 E사에 의뢰해 수출농산물 공동브랜드로 개발한 것. 지금은 마산농산물수출물류센터를 거쳐 일본으로 나가는 파프리카(단고추)에 부착한다.

2007년 태어난 아임그린은 천적을 활용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의 브랜드. 나이가 가장 많은 경남QC는 1995년 도입한 품질인증 마크로 우수 농수축산물과 공산품에 붙인다.

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300여 명의 농업인과 김태호 지사, 시장 및 군수, 지방의원 등이 모인 가운데 거창한 선포식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이로로는 ‘이슬에 적시다’라는 라틴어로 이로카를 만든 E사 작품.

사과와 배, 단감, 참다래 가운데 명품만 이 상표를 붙여 시장에 내놓을 계획. 운영은 경남도가 출자한 경남무역이 책임진다.

선포식 참석자들은 “이름이 좀 어색하고 낯설지만 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문제는 농업인은 물론 관련 공무원조차 잇따라 탄생한 브랜드와 그 개념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경남무역 김인 사장은 “옥동자를 낳았으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옥동자는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부모의 정성이 성장을 좌우한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브랜드를 만들면서 관리 부실 등 문제가 많았다. 무엇보다 브랜드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약속이며, 사회적 가치라는 인식을 각 지자체가 먼저 해야 할 시점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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