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해자는 합의 애써도 피해자 무리한 요구 우려”

  • 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새 지침 내려올 때까지 일단 기다릴 수밖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4조 1항의 효력이 상실된 26일 일선 경찰과 시민들은 안전운전 분위기를 정착시킬 수 있다며 대체로 환영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경찰 업무가 폭증하고 선의의 전과자가 양산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또 중상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교통사고 수사에 당장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서울 동작경찰서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실수라도 교통사고를 내지 않게 조심해 운전하라는 얘기”라며 “앞으로 교통사고 수사가 더 깐깐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마포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헌재 결정이 당장 효력을 발휘한다지만 우리 입장에선 위에서 새 지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경찰 업무 증가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이모 경위는 “특례법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던 사고를 형법에 따라 ‘과실 상해’로 처리하려면 업무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상해’의 기준이 분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종암경찰서 이모 경사는 “가벼운 사고에도 전치 3, 4주짜리 진단서가 쉽게 나오는 현실에서 중상해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는 전과자만 양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청 김학역 교통안전담당관은 “법무부가 ‘중상해’ 기준을 마련하는 대로 일선에 전달하면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경찰 업무도 기소를 위한 서류 몇 장만 보태면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환영과 우려가 엇갈렸다. 운전 경력 21년의 유모 씨(59·자영업)는 “그동안 ‘보험에 들었으니 간단한 사고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해왔는데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서 운전해야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운전 경력이 23년인 조모 씨(53)는 “앞으로는 교통사고의 잘잘못을 따지는 다툼이 한층 치열해질 것 같다”며 “가해자는 합의를 하기 위해 좀 더 성실하게 사고 조사에 임하겠지만 일부 피해자는 형사처벌을 빌미로 가해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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