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정치적 입맛 따라 좌우하나”

  • 입력 2009년 2월 26일 03시 00분


민주화 관련 단체 반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동의대 사건 등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된 사건을 재심할 수 있도록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는 데 대해 민주화운동 당사자들과 관련 단체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동의대 사건과 관련해 민주화운동 인사로 인정받은 김영권 동의대 5·3항쟁 동지회 회장(43)은 “당사자로서 가슴이 아프다.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전 의원의 주장처럼 동의대 사건은 학내문제에서 불거진 것이 아니라 노태우 정권의 노동운동 탄압 등 정치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용산 참사 등 여러 가지 여론을 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정부와 여당이 자기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굳이 이미 민주화운동으로 결정된 사건을 끄집어내 되돌리려 한다”고 반발했다.

남민전 활동으로 민주화운동 인사로 인정받은 권오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 회장도 “남민전 사건은 세상이 다 알다시피 유신독재에 반대한 민주화운동이다”라며 “이제 와서 재심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정부와 여권 사람들이 민주화에 대한 거부감이 커 이런 논의가 제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사건들은 당시 정치권의 합의와 입법과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가 심의를 거쳐 내린 결정인 만큼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 측도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위원들도 보상심의위원회에 포함돼 있다”며 “모든 절차를 거쳐 결정한 것을 이제 와서 번복하겠다는 것은 모든 역사를 정치적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심의 당사자인 민주화운동 보상심의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개정안이나 계획이 나온 것이 없어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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