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부럽잖은 농촌마을 이장 인기

  • 입력 2009년 2월 23일 16시 31분


2007년 개봉된 영화 '이장과 군수'. 마을 어른들의 지명으로 이장이 된 '춘삼(차승원 분)'과 초등학교 시절 부하였지만 군수가 된 '대규(유해진 분)'와의 갈등과 화해를 코믹하게 다뤘다.

영화에서는 마을의 최고 어른이 이장을 낙점해 선출하지만 현실은 달라졌다. 군수에게 굽신거리는 영화 속 이장의 모습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행정구역 최소 단위인 '리'(里)를 대표하는 '이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위상이 강화되고 처우도 나아지면서 마을 어른들이 협의를 통해 추대하던 방식에서 주민투표를 통한 선출로 상당수 바뀌었다.

65가구가 사는 충북 옥천군 청산면 인정리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22일 선거를 통해 3년 임기의 이장을 뽑았다. 65명의 유권자 중 49명이 투표해 1차에서 24대24, 무효 1로 승부를 못내 2차 투표까지 치러졌다. 옥천군내 219개 마을 가운데 40여 개 마을이 이장을 뽑았다.

옥천군 행정과 전태곤 씨는 "이장이 예전에는 군청 등 행정기관의 잔심부름이나 하던 사람들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행정의 일선 조직이자 주민의 대변자로 거듭났다"며 "위상과 처우도 나아져 인기를 끌면서 평균연령이 낮아지고 학력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장이 되면 한달 20만 원의 수당과 명절 상여금 200%가 지급된다. 또 회의 때마다 4만 원의 수당을 받고 중고교생 자녀가 있을 경우 등록금 전액이 장학금으로 나온다.

충북 옥천군과 영동군은 이장들이 마음 놓고 활동하도록 상해보험에도 가입시켰다. 직무와 상관없이 24시간 보험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여성이장이 크게 늘었고, 결혼이주여성 이장, 스님이장, 대졸 출신 20대 이장 등 출신 경력도 다양해졌다.

강원 홍천군 동면 신봉리 이장은 스님이다. 이 마을에 있는 동봉사의 주지스님인 동천 스님이 3년째 맡고 있다. 동천 스님은 "마을 주민들이 이장직을 요청해 수락했는데 각종 대소사를 치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남 함안군 함안면 대산리 금천마을 이장은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 결혼이주 여성인 박복순 씨가 맡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이장 직을 수행중인 박 씨는 "면사무소에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고 결과를 주민들에 알리며 농사와 관련된 일 등을 하고 있다"며 "임기가 올해 끝나는데 주민들이 원하면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옥천=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홍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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